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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 아이돌이 위기라고?… 종현을 보라

입력
2015.10.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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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의 종현은 지난 1년 사이 샤이니로 활동하며 직접 작곡한 두 장의 솔로 앨범을 냈고, 밤에는 두 시간씩 라디오 DJ로 일하며 소설을 썼다. 하루가 부족할 것 같은데, 그 와중에 후배 남성그룹 엑소의 '플레이 보이', 김예림의 '노 모어'까지 작곡했다. 지난 2일부터는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소속가수 중 최초로 소극장 콘서트 '더 스토리 바이 종현' 열어 바쁜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다재 다능하다고만 하기에는 지나칠 만큼 열심히 살았고, 그냥 일을 많이 했다고 하기에는 스스로 그것을 원했다. 올해 스물 다섯의 뮤지션이 한창 표현하고 싶은 것이 넘쳐났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그가 소품집으로 명명한 두 번째 솔로 앨범 '이야기 Op.1'의 감정들은 그의 소설 '산하엽'에 담긴 이야기가 정제된 것이고, '더 스토리 바이 종현'은 첫 솔로 앨범 'BASE'와 '이야기 Op.1'을 합친 것이다. 공연의 전반부는 'BASE'를 중심으로 샤이니와 그가 다른 가수에게 준 곡들을 부르고, 게스트가 등장한 뒤부터는 '이야기 Op.1'의 노래들을 부른다. 'BASE'가 타이틀 곡 ‘Crazy’처럼 뛰어난 아이돌이자 퍼포머로서 종현이 부각된 곡들이 있는 반면 '이야기 Op.1'은 첫 곡 ‘하루의 끝’으로부터 ‘밤의 음악’들이 이어지니, 비로소 공연에서야 이 모든 것을 함께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샤이니 종현. SM엔터테인먼트
샤이니 종현. SM엔터테인먼트

두 장의 앨범에서 종현은 지금 그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는 한 다했던 것처럼 보였다. 'BASE'와 '이야기 Op.1'은 곡들이 주는 이미지가 확연히 다르고, 다시 앨범 안에서도 곡마다 다른 스타일을 전달한다.

'BASE'의 ‘데자-부’는 바로 이 순간의 트렌드를 SM의 아이돌이 해석했다고 할만한 곡이었고, ‘할렐루야’는 일종의 가상 뮤지컬이었다. '이야기 Op.1'은 지금 인디씬 뮤지션이 내놓은 발라드라고 해도 좋을 ‘하루의 끝’과 문자 그대로 야상곡인 ‘산하엽’을 거쳐 재즈인 ‘Happy birthday’로 이어진다. 그리고 종현은 이 곡들에서 곡마다, 심지어 ‘데자-부’와 ‘할렐루야’에서는 한 곡 안에서도 계속 다른 목소리를 쓰며 마치 오페라 가수처럼 곡을 압도한다.

그러나 '더 스토리 바이 종현'이 담아내는 것은 그의 멀티플레이어적인 역량에 대한 물리적인 덧셈이 아닌 화학적인 결합이다. 그가 진행하는 MBC라디오 '푸른밤 종현입니다'처럼 그가 들려주는 자신의 음악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는 노래할 곡들에 대한 맥락을 전달하고, 밴드 편곡으로 이어지는 사운드는 다채로운 스타일의 곡들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다채로운 세트를 쓰거나 할 수 없는 소극장의 특성은 오히려 공연의 분위기를 하나로 이어간다. 관객들마저 곡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만 정확하게 환호성이 나오는 소극장의 분위기 속에서, 종현이 다채로운 방식으로 전달하는 하나의 정조가 이어진다.

심야에 나직한 DJ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라디오 방송, 또는 차분하게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로맨스 소설을 읽을 때의 감정. '산하엽'의 첫번째 단편 ‘No more’에 등장하는 ‘화가 나면 존댓말을 하는 남자’는 종현이 그의 활동 전체를 통해 전달하는 그 자신의 분위기이기도 할 것이다. 단정한 말투와 절제된 감정 표현 아래에 복잡한 감정들이 숨겨져 있다.

‘Crazy’의 박력 속에는 음습한 분위기의 남자가 있고, ‘하루의 끝’은 담담하지만 단조롭지는 않다. 각각의 곡에서 마치 배우처럼 다양한 연기를 하는 뮤지션 속에 있는 차분하고, 어두우며, 그러나 화려함의 매력을 잃지 않으려는 어떤 정서. 샤이니로부터 솔로 앨범과 라디오와 소설을 거쳐, 종현은 공연을 통해 쉼 없이 표현해온 것들을 자기 안으로 갈무리했다. 한 청년이 그렇게 스스로를 표현하는 법을 알아간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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