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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입력
2015.10.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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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지음

어릴 적 내 별명은 부엉이

통통하고 머리가 크다고 붙여진 것이다

우리 집은 돌산이 보였던 방 세 칸짜리 한옥

반질한 마루 교자상 위 백숙 한 마리

아줌마파마하고 동물원 가자고 조르던 어린 시절

형을 깨웠다

연탄가스로 차갑고 뻣뻣해진 시신을 만졌다

형은 날 버리고 혼자 강이 되었고 난 장남이 되었다

20대 때 나의 별명은 감자

푸근하다고 붙여진 나의 별명

나의 집은 작은 연못이 있는 방 다섯 칸 양옥

7인 식탁 위 아침 밥상

교복과 양복을 입고 식사를 했었다

어느 날 문득 편안하게 보였던 아버지의 얼굴

아버지는 췌장암 5년째 형처럼 떠났다

날 남겨두고 아버지는 산이 되고 난 고아가 되었다

이제는 별명이 없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도 없다

지금 나의 집은 남산 타워가 보이는 예배당

거대한 예배당 속의 성냥갑만한 쪽방

주변엔 공짜밥 주는 곳이 몇 군데

노숙인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길게 줄을 선다

이곳에서 내가 늙어 죽는 것인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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