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지음
어릴 적 내 별명은 부엉이
통통하고 머리가 크다고 붙여진 것이다
우리 집은 돌산이 보였던 방 세 칸짜리 한옥
반질한 마루 교자상 위 백숙 한 마리
아줌마파마하고 동물원 가자고 조르던 어린 시절
형을 깨웠다
연탄가스로 차갑고 뻣뻣해진 시신을 만졌다
형은 날 버리고 혼자 강이 되었고 난 장남이 되었다
20대 때 나의 별명은 감자
푸근하다고 붙여진 나의 별명
나의 집은 작은 연못이 있는 방 다섯 칸 양옥
7인 식탁 위 아침 밥상
교복과 양복을 입고 식사를 했었다
어느 날 문득 편안하게 보였던 아버지의 얼굴
아버지는 췌장암 5년째 형처럼 떠났다
날 남겨두고 아버지는 산이 되고 난 고아가 되었다
이제는 별명이 없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도 없다
지금 나의 집은 남산 타워가 보이는 예배당
거대한 예배당 속의 성냥갑만한 쪽방
주변엔 공짜밥 주는 곳이 몇 군데
노숙인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길게 줄을 선다
이곳에서 내가 늙어 죽는 것인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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