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한 아파트에 가스공급 중단
"가스요금 5개월 연체" 이유
입주민 "지난해 12월 사용 가스요금
전년 2배 넘어… 항의했더니 멋대로
다음달 요금으로 차감하다가 끊어"
대성에너지 "지난해 12월 평균 기온
전년대비 3도 낮아 사용량 급증…
1월 요금 미납으로 연체 지속"
대구 남구 봉덕동 M아파트에 사는 이모(72)씨는 지난달 10일 욕실 샤워기 꼭지를 돌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차가운 물만 나오는 바람에 머리만 감고 나와야 했다. 머리가 얼얼한 가운데 1주일 전쯤 대성에너지 측으로부터 날아온 “미납된 20만3,000원을 9월9일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가스공급이 중지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생각이 났다. 4월부터 5개월 간 가스요금이 미납됐다는 것이었다. 매달 청구된 요금을 꼬박꼬박 내 오던 이씨는 어이가 없었지만 요금을 제때 내온 터라 걱정하지 않았다. 꼼꼼한 성격으로 납입 영수증을 모두 챙겨둔 그였다.
순간 도시가스요금 관련 그간 스트레스 받았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특히 올 1월 도시가스 계량기 교체 후 요금이 예년보다 2배 이상 나왔다며 사무실을 드나들며 항의한 점이 마음에 걸렸다. 지난해 1월에는 11만5,570원이던 도시가스 요금이 올 1월에는 25만9,290원이 나왔다. 이씨는 31년 된 10층짜리 아파트(116㎡) 6층에서 부인과 단 둘이 산다. 복도식 아파트로 계량기는 집 밖에 있다. 월 초 검침이 이뤄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녀간 흔적을 찾을 수 없어 정확한 검침에 의문을 갖고 있던 터였다. 고지서를 들고 대성에너지㈜ 본사를 찾았으나 가스가 샌 흔적도, 전산처리에도 이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교체한 계량기는 이미 파기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씨는“돈 몇 만원이야 내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모른다. 상부에 문의하든지 알아서 하라’는 식의 배짱에 더욱 마음이 상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또 그는“아무리 생각해도 부당하다는 판단에 확인했더니 우연찮게도 도시가스 계량기가 1개월 전에 교체됐고 같은 아파트 내 입주 주민들 사이에서도 가스요금이 많이 나왔다는 불만의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며 “회사측에 계량기를 교체하면 입주민에게 사전 사실을 알리고 당시 계량기 검침결과를 고지해야 하지 않느냐 따졌더니 ‘계량기는 이미 폐기 처분됐다. 요금부과는 잘 모르니 윗선에 물어보라’는 퉁명스러운 대답만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씨에 따르면 대구도시가스 측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씨는 회사측에 요구한 1월의 요금도 납부했고 이후 매달 책정된 도시가스요금을 완납했는데 책정된 요금보다 늘 추가액수가 나왔다. 회사측에 전화를 해서 해명을 요구했으나 상세한 설명 없이“체납요금이다, 또는 우리 관할이 아니다”는 답변만 반복됐다. 여러 차례 항의했지만 친절은커녕 아들뻘 되는 직원에게 무시당한다는 느낌만 받기 일쑤였다.
이씨는 대성에너지 측이 잔꾀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즉 이씨가 1월 요금을 항의하자 7만원만 내라고 해 완납했다고 믿게 한 후 나머지 미납금을 고객 몰래 매월 요금에 조금씩 추가해 받아간다고 생각했다. 괘씸하고 분했다. 어떻게 고객을 이렇게 우롱하고 무시할 수 있느냐는 심정이었다. 도시가스 사장을 만나야겠다고 전화를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현재는 가스차단 사실을 알게 된 이씨의 아들이 미납요금을 모두 낸 상황이다. 아들을 통해 요금체납 시 그 금액부터 우선 변제되는 것을 알았다. 즉 1월에 도시가스 측이 7만원만 내라고 한 건 당시 2월에 부과, 납부된 18만원요금으로 1월 체납금을 우선 정산하고 남은 금액이 7만원이었던 것이었다. 여기서부터 꼬였다. 이씨는 매월 부과된 요금을 납부했지만 회사측은 체납금액부터 우선 정산했고 계절변화에 따른 기온상승으로 가스요금은 매월 낮아졌고 체납월수는 늘어만 갔다.
이씨는 “회사측 누구 한 사람이라도, 또 한번이라도 이 같은 요금시스템을 친절하게 설명을 했다면 10개월 동안 스트레스를 받았겠느냐”며 “특히 요금을 매달 꼬박 꼬박 납부했는데 어떻게 가스차단 조치까지 내리는 지 모르겠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대성에너지 측은 지난 1월 요금은 지난해 12월 1~31일 쓴 도시가스를 1월 3일 검침한 것으로, 계량기는 계량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1조에 따라 8일 정기교체에 들어간 것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2013년 12월 평균기온은 3.5도, 지난해 12월은 0.5도로 3도나 낮았고 12월 중 영하일수도 2013년은 3일, 2014년은 15일에 달해 이씨의 도시가스 사용량도 108㎥에서 232㎥로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대성에너지 관계자는 “1월 요금을 내지 않아 이후 낸 요금이 앞선 미납금으로 상쇄되어 장기 미납상태가 발생한 것 같다”며 “규정 상 3개월 이상 미납하면 가스차단으로 이어지는 데 이씨의 경우 상황을 참작해 편의를 봐준 편”이라고 답했다. 또 계량기 교체는 관련법에 따라 5년마다 일괄적으로 이뤄지며 교체 직전 수치를 사진으로 찍어 보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씨는 “▦계량기를 교체하면서 입주민에게 미리 알리지도 않았고, ▦교체하기 전 계량기 검침결과를 남기지 않고 폐기한 점, ▦가스검침결과표를 부착 하지 않은 점 ▦ 요금 체납 시 체납 요금을 우선 정산하는 회사편의주의 시스템 등은 도시가스독점체계가 가져온 ‘고질적 횡포’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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