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복지 통폐합 지침 잘못
노인에 지급 현금 모두 삭감될 판"
강세훈 행정부총장 사견 전제로 비판
정부 정책 발맞추던 기류에 비판
현 정부의 노인정책과 뜻을 같이해 온 보수성향의 대한노인회 관계자가 정부가 결정한 장수수당 폐지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비판의견을 냈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과 시민사회단체 20여곳이 공동주최한‘지방자치단체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 규탄 국민공청회’에 참석한 강세훈 대한노인회 행정부총장은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복지 정책에 대해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정비 지침을 내린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부총장은 “정부의 통폐합 통보로 노인한테 지급하는 현금성 급여는 전부 중단될 것이 뻔하다”며 “장수수당ㆍ축하금, 효행장려금, 기초생활 노인가구 월동난방비 지원 등 경기도 26개 시군이 노인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는 사업 200억여원이 내년에 모두 삭감될 위기”라고 말했다. 강 부총장은 이어 “정비계획 시행이 유보되도록 하는 데 여러 관련 단체와 적극 협조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보장위원회는 지난 8월 전국 지자체 1,496개 복지 사업에 대해 통폐합을 통보했다. 이 중 각 지자체가 시행 중인 장수수당 사업 74개(393억원 규모)도 폐지 대상에 포함됐다. 장수수당은 80~8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만~4만원의 수당을 주는 것으로,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 등 각종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80세 이상 노인의 생계에 큰 도움이 돼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 사업이 중앙정부가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월 최고 20만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과 중복된다며 폐지를 권고, 일부 지자체는 이미 조례 개정 등 폐지 수순에 돌입했다.
대한노인회는 지금까지 대체로 정부 노인정책에 찬성해 왔다. 당초 노인 모두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음에도, 재정 부담을 고려해 하위 70%만 주는 데 동의한 것도 대한노인회였다. 또 올 상반기 노인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올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인 복지재정 부담을 완화하자는 제안을 먼저 하기도 했다. 이심 대한노인회장은 지난 2일 보건복지부 주최 노인의 날 행사에서 최고상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기도 했다.
지자체 복지사업 통폐합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한 이유에 대해 강 부총장은 “당사자 여론 수렴도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고, 현장의 혼란도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부총장은 경기 안산시의 경우 2007년부터 85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3만원씩 장수수당을 지급해 왔는데, 중복 문제 때문에 기초연금 수급자를 제외하기로 하면서 오히려 소득 상위 30%인 ‘부자 노인’만 장수수당을 받게 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강 부총장은 “대한노인회의 공식입장은 아니며 현안 담당자로서 개인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는 400여명의 장애인, 보육교사, 노인 등이 참석해 장수수당, 장애인 24시간 활동보조, 보육교사 처우개선비 등 각종 지자체 사업이 통폐합 위기에 놓인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휠체어에 누운 채 참석한 장익산 광주근육장애인협회 협회장은 “밤에 자다가 언제 인공호흡기 호스가 빠질지 몰라 불안에 떨 때가 많다”며 “장애인 활동보조 24시간 지원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권의 문제이므로 끝까지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봉석 이양재노인종합센터 원장은 “겨울에 노인들에게 난방비를 지원한 후 나중에 가 보면 돈이 아까워 한 푼도 안 쓰고 있다”며 “중앙정부가 보장하지 못하는 부문을 지자체가 보충하고 채워나가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정비를 한다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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