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보는 이경영 연기
이경영의 올해 출연한 개봉작은 벌써 8편이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도 있다. 사극 ‘조선마술사’와 윤태호 작가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내부자들’이 연말 개봉 예정이다. 감초배우 오달수의 첫 주연작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대배우’는 내년 1월 극장가를 찾아간다. 이경영의 출연작이 워낙 많다 보니 충무로에는 ‘이경영이 몸져 누우면 당장 타격 입을 영화사가 한 둘이 아니다’는 우스개도 떠돈다. 왜 충무로 제작자와 감독은 다작 출연으로 바쁜 이경영을 집착하듯 찾는 것일까.
이경영의 연기력을 손꼽는 영화 관계자들이 많다. 어느 역할을 맡겨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놓기에 이경영을 찾는다는 것이다. 영화사 창립작 ‘코르셋’(1995)과 ‘관능의 법칙’(2014)에 이경영을 캐스팅했던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여러 역할을 해도 식상하지 않은 배우”라며 “현대적인 연기가 젊은 세대가 받아들이기에도 수월하다”고 평가했다. 심 대표는 “감성적이면서도 과하지 않는 연기도 그의 장점”이라며 “출연료 등 출연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쉽게 캐스팅할 수 있다는 점도 제작자들이 찾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모나지 않은 듯하면서도 강한 외모가 주요 조역을 맡기기 안성맞춤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고문기술자(‘남영동 1985’)나 권위적이고 신경질적인 판사(‘부러진 화살’) 같은 악역에 어울리다가도 아이를 잃고 누명을 쓴 철거민(‘소수의견’)을 연기해도 거부감이 없다는 평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잠깐 영화에 등장하면서도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면서도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표정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너무 잦은 출연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지나치게 소비하고 있는 점은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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