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회생 불능 최하위팀 맡아
부모의 마음으로 선수들과 호흡
리그 1위로 슈퍼리그 승격 눈앞에
"노력에 대한 이유·간절함 일깨워"
한 때 3부 리그로 강등될 뻔 했던 팀이 이제는 1부 리그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 프로축구 2부인 갑(甲)급 리그 소속 연변FC 얘기다. 대 반란의 한 가운데는 한국 국가대표팀 코치 출신의 박태하(47) 감독이 있다. 중국에서 ‘꼴찌의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박 감독이 9일 본보와 단독 전화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이기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찾기 시작했다”며 “믿고 따라와 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연변FC는 지난해 정규 2부리그 꼴찌의 성적으로 을(乙)급 리그인 3부 리그강등이 기정사실화 됐다. 하지만 당시 2부 리그의 한 팀이 해체돼, 가까스로 리그에 잔류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박 감독이 팀을 맡을 때만 해도 연변FC는 무(無)와 다름 없었다. 박 감독은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었지만 험난한 시간이었다”며 “열이면 열사람 모두 팀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수군거렸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우려 속에서도 박 감독은 연변FC행을 선택했다. 박 감독은 “프로라면 어려운 환경에서 팀을 일궈내는 것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연변FC의 전년 경기 영상을 찾아보면서 충분한 경쟁력과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그 강등과 잔류 번복으로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았다. 특히 2부리그 잔류 결정이 나면서 급작스럽게 외국인 선수를 데려와야 했다. 수원삼성에서 공격수 하태균(28)을 임대해 온 것도 이때다. 선수 구성은 개막 일주일 전에야 가까스로 마무리 됐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린 원동력은 박 감독의 관심과 배려였다. 대다수가 조선족인 선수들 가운데는 어릴 적 부모가 아이들을 연변에 두고 한국, 러시아 등으로 돈을 벌러 간 경우가 많았다. 부모와 함께 유년시절을 보낸 선수는 30%를 넘지 못했다. 박 감독은 “우선 선수들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진심으로 다가가고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축구를 열심히 해 좋은 환경을 만든다면 자식들에게는 그런 환경을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지도자는 문제를 진단하고 관리만 해줄 뿐”이라며 “그저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간절함이 강한 사람이 성공한다”고 말했다.
‘부모의 마음’으로 선수들을 보듬은 덕분일까. 2부리그 최하위였던 연변FC는 1위로 치고 올라왔다. 21경기까지 무패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오는 18일 경기를 포함해 남은 3경기 가운데 1승만 추가하면 1부 슈퍼리그로 승격한다. 박 감독은 “패배의식을 떨쳐내고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며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은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 박태하 감독
1991년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해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2001년 현역 은퇴 후 2005~07년까지 포항 스틸러스 코치를 역임했다. 이후 대표팀 코치로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허정무 감독을 보좌해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2011년까지 대표팀 수석 코치를 지냈지만 조광래 감독이 경질되면서 함께 사임해 FC서울 수석 코치로 선임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연변FC의 지휘봉을 잡아 3부 리그로 강등 위기에 놓였던 팀을 1위까지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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