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들이 제출되면서 국회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자본의 의결권 지분 보유한도(현행 4%)가 얼마나 늘어날지, 대기업도 규제 완화 대상에 포함될지가 관건인데, 법안 통과 무산을 포함해 국회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느냐에 따라 향후 인터넷전문은행 시장 판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2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관련해 국회에 발의된 은행법 개정안은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안(7월3일 발의)과 같은 당 김용태 의원안(10월6일) 등 두 건이다. 정부는 지난 6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발표했지만 법 개정안을 내지 않았다.
신동우 의원안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의결권 지분 한도를 50%로 완화하되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 집단을 완화 대상에서 뺐다는 점에서 정부안과 유사하다. 다만 은행의 사금고화 우려를 막기 위해 설정된 대주주 신용공여 한도에 대해선 현행 자기자본의 25%를 유지, 이 비율을 10%로 낮추자는 정부안과 입장을 달리했다. 김용태 의원안은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한도 규제의 예외를 두지 않았다는 점, 다시 말해 대기업도 인터넷전문은행 의결권 지분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대신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를 아예 금지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보완했다.
은행법 개정은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예비인가를 신청한 3개 컨소시엄의 지분구조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 컨소시엄 3곳 모두 KT, 인터파크, 카카오 등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 IT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향후 은행법이 개정되면 이들 회사가 지분을 늘려 명실상부한 지배주주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각 컨소시엄 별로 구성원들이 지분율 재편 관련 약정을 맺었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 신동우 의원안이 통과되면 인터파크와 카카오가 최대주주에 올라설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김용태 의원안이 통과될 경우 상호출자제한기업에 해당하는 KT 역시 최대 지분 확보가 가능한 것은 물론, 은행법 개정 이후로 예고된 제2차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경쟁이 대기업 참여로 큰 판도 변화를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은산분리 규제가 정치적 상징성이 큰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예상이 적지 않다. 이번 회기가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인데다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의원들이 민감한 법안을 밀어붙일 만한 유인이 부족할 것이란 분석을 낳고 있다. 업계에선 은행법 개정이 무산될 경우 컨소시엄 구성원 이탈 등 내부 동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IT기업이 주도권을 상실할 경우 당국이 상정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모델의 혁신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은행법 개정 이후 진행하려던 추가 설립인가 절차 역시 동력을 잃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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