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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에서 드레스로… 우리기술로 만든 '신데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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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에서 드레스로… 우리기술로 만든 '신데렐라'

입력
2015.10.1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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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신데렐라 의상 감독 조문수씨.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뮤지컬 신데렐라 의상 감독 조문수씨.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11월 8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국내 초연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신데렐라’의 하이라이트는 신데렐라가 순식간에 옷을 바꾸는 변복(變服) 장면이다. 신데렐라가 빙그르 한 바퀴를 도는 2~3초 만에, 관객 코앞에서 누더기 옷이 드레스로 바뀌는 장면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온다. 브로드웨이 원작의 대본과 음악만 사온 ‘스몰 라이선스’라 무대와 의상은 한국 제작사가 자체 고안했다. 국내 최고의 변복 마술사 신지현씨의 자문을 받아 이 ‘마법의 옷’을 제작한 사람은 경력 30년차 무대의상 디자이너 조문수(54)씨다.

24일 충무아트홀에서 만난 조씨는 “이제까지 만든 공연 의상 중 가장 힘들었던 작업이었다. 막 올리고 초반 열흘은 무대 밑에서 끝날 때까지 기도했다”고 말했다. 1986년 김자경오페라단을 시작으로 무대의상을 만든 그는 이듬해 프랑스와 이탈리아 유학을 거쳐 1992년부터 3년간 파리의 전문 극단 드라센아라휘에서 무대의상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한국에 안착한 것은 1995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의상을 만들면서부터. 이후 국립극장,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방송사, 대학을 오가며 수백개의 작품을 의상을 담당했다. ‘오페라의 유령’ ‘노틀담 드 파리’ ‘미스사이공’ ‘맨 오브 라만차’ ‘지킬 앤 하이드’ 등 국내 블록버스터 뮤지컬 중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은 작품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제가 어려운 걸 즐기거든요. ‘노틀담 드 파리’에서 곱추 콰지모도 옷까지 다 손으로 염색해서 만들었어요. 이번에 ‘신데렐라’ 구두도 6명이 골방에 틀어박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을 일일이 달아서 만들었죠. ‘이 옷이 우리 기술로 될까?’하는 제작자들께 매번 말해요. 일단 한번 맡겨 보시라고(웃음).”

그런 그에게도 이번 작품은 ‘난이도 최상’의 작품이었다. 조씨는 변신 기술을 따로 인수받지 않고 국내 기술 스태프와 함께 연구했다. 신데렐라가 입고 있던 옷의 한쪽을 뜯은 뒤 돌면 숨겨져 있던 드레스가 밖으로 드러나고 누더기 옷은 말려들어간다. 구체적인 비법에 대해 조씨는 “벨크로가 발명되지 않았으면 변복이 어떻게 가능했을지 모르겠다”고만 귀띔했다.

신데렐라와 요정 마리의 변복 장면은 총 4번. 배우가 변복 드레스를 입을 때마다 스태프 3명이 달라붙어 돕는다.“변복은 의상팀, 기술팀, 배우가 ‘삼위일체’가 돼야 해요”라고 말하는 그는 “마술은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더는 마법이 아니잖아요. 관객들이 그 환상을 즐기며 좋은 기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박규희 인턴기자 (성신여대 국어국문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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