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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티렉스] 중식이는 ‘슈스케’를 구원할까

입력
2015.10.1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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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가 벌써 일곱 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프로그램 제목 뒤에 붙은 ‘7’이란 글자를 보면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벌써 7년이 흘렀나’라는 생각. 하지만 때로는 그게 ‘아, 이제는 좀 지겹다. 이 프로그램’으로 변하기도 한다.

‘슈스케’는 대국민 오디션의 ‘원본’이다.

대한민국 전역과 해외까지 망라한 대형 스케일의 대국민 오디션 예선 - 슈퍼위크에서 벌이는 극한의 대결(팀별 과제 및 일대 일 서바이벌, 그리고 패자부활전) - 그렇게 걸러낸 톱10의 생방송 - 시청자 투표로 한 명씩 탈락하는 서바이벌 - 결승전에서 최후의 1인 발표.

이 형식은 이후 ‘위대한 탄생(MBC, 2012~2013년)’과 ‘케이팝스타(SBS, 2011년~ )’ 등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고스란히 재생됐다. ‘슈스케’는 올해로 일곱 번째 시즌을 맞았지만, 이런 이유로 시청자들이 느끼기엔 10년 이상 계속된 프로그램 같다. 그만큼 이 형식에 대한 피로도 또한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슈스케’를 포함해서 ‘슈스케’를 원형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피로한 이유는 바로 심사위원과 참가자의 상하 관계가 너무나 극명하기 때문이다. 이미 가요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심사위원들이 전지전능한 시점에서 참가자를 평가한다. 참가자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심사위원의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한다. 심사위원의 극찬이 쏟아지면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심사위원의 질책이 나올 땐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인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슈퍼스타K 7'에서 가장 튀는 캐릭터 중식이 밴드. 방송화면 캡처
'슈퍼스타K 7'에서 가장 튀는 캐릭터 중식이 밴드. 방송화면 캡처

다소 ‘오버스러운’ 감상일지 모르지만, 나는 앳된 얼굴의 오디션 참가자들이 심사위원의 말 한마디에 벌벌 떠는 듯한 장면을 볼 때마다 안쓰럽고 불편하다. 마치 실제 우리 사회의 수많은 ‘미생’들이 자신의 ‘목숨(계약 유지 여부, 혹은 정규직 전환 여부)’을 쥐고 있는 상사 앞에서 한마디도 못한 채 바들바들 떠는 듯한 모습이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슈스케’에서 가장 매력적인 참가자는 ‘반항아’들이다. 시즌2(2010년)에서 “기타 튜닝 좀 하고 나와라”, “태도가 불량하다”는 악평을 들었다가, 결국 음원차트에서 ‘본능적으로’를 빵 터뜨려버렸던 강승윤이 그 시작이었다. 시즌4(2012년)에서는 매사 건들거리고, 심사위원의 악평 앞에서도 씩 웃으며 ‘삑사리’를 냈던 정준영이 반항아였다.

그리고 올해 시즌7에는 드디어 ‘물건’이 등장했다. 바로 ‘중식이’다. 배짱과 똘끼, 음악적인 실력까지 갖출 건 다 갖췄다. 자다가 깬 것 같은 머리스타일의 보컬 중식이가 “날 꺼내줘요 제발 꺼내줘요”라고 노래 부르던 순간이 나에겐 올 시즌 최고의 장면이었다.

중식이는 그랬다. 마치 내가 이전 시즌의 ‘착한’ 참가자들을 보면서 오버스러운 생각을 했다는 걸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요즘 젊은이’들의 아프고 힘든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지만 뜨끔하게 풀어내어 노래한다. 그리고 심사위원의 평가 따위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듯한 배짱이 흘러 넘친다. 오히려 그 기(氣)에 눌린 심사위원들이 중식이를 극찬하는 모습이 통쾌하다.

언제였더라. 한 번은 tvN에서 향후 방송될 ‘응답하라 1988’ 예고편을 봤는데, 예고편 시작과 동시에 노래 ‘그대에게’가 터져 나왔다. 그 순간 고(故) 신해철이 앳된 모습으로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바로 그 노래를 불렀던 때가 떠올라서 온갖 감정들이 솟구쳐 올라왔다.

신해철이 무한궤도 보컬로 대학가요제에서 ‘그대에게’를 불렀을 때의 신선한 충격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것이다. 1988년 이후 27년이 지났다. 그 동안 ‘생짜 신인’이 등장하는 어떤 경연대회(가요제 혹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때 그 순간 만큼의 신선한 충격을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충격에 가장 가까웠던 게 바로 올해 내가 처음 본 중식이다. ‘슈스케’가 시작한 이후 7년 내내 나는 ‘심사위원이 뭐라고 하든, 나는 내 노래를 한다’는 배짱 있는 젊은 패기에 참 목이 말랐던 것 같다.

1977년부터 36년간 지속됐던 대학가요제가 2012년을 마지막으로 간판을 내린 데는 ‘슈스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슈스케’는 분명 대학가요제보다 수준 높은 음악 실력의 출연자, 세련되고 자극적인 진행, 짜릿한 재미를 모두 갖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가요제에 나왔던 아마추어 냄새 물씬 나는 학생들이 비록 모자라도 당당했던 것과 달리 ‘슈스케’의 프로를 꿈 꾸는 참가자들은 심사위원들에게 더욱 순종적이고 수동적이다. 참가자의 실력은 더 높아졌지만, 태도는 훨씬 더 순종적이 되었다니. 묘한 아이러니다.

중식이는 지난주 방송에서 가장 먼저 톱10 합격자로 발표됐다. 그들은 생방송 시청자 문자투표에서는 대체 어디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비록 시즌7이 역대 최악의 화제성, 최악의 시청률이라는 악평을 듣고 있지만, 중식이만은 제발 오래오래 보고 싶다. 올해 생방송 때는 나도 처음으로 문자 투표란 걸 해 봐야 겠다.

'슈퍼스타K 7' 공식포스터.
'슈퍼스타K 7' 공식포스터.

<슈퍼스타k 시즌7>

엠넷, tvN 매주 목요일밤 11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신인가수를 발굴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시시콜콜 팩트박스

1)‘슈스케7’은 프로그램이 시작 후 처음으로 목요일 밤에 방송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는 금요일에 방송됐다. 이번 시즌 시청률은 0.7%(닐슨코리아 기준)다. 역대 최고 시청률은 허각, 존박이 결승에서 격돌했던 시즌2(2010년)로, 자체 최고 18.1%(엠넷, km 합산시청률)를 찍은 적이 있다.

2)이번 시즌 심사위원은 윤종신, 백지영, 김범수, 성시경이다. 슈스케 시작 후 처음으로 이승철이 심사위원에서 빠졌다.

3)’슈스케’는 ‘악마의 편집’ 등 각종 논란으로 악명이 높았다. 인터뷰를 짜깁기하고, 궁금한 결과를 미루고 미루다가 다음회로 넘기는 등의 ‘악마의 편집’은 시즌4~5에서 기승을 부리다가 지난 시즌부터 수위가 약해졌다는 평가다. 그 외에도 출연자의 과거 논란, 우승자의 자격 논란, 톱10 합격자의 중도이탈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시즌에는 전 야구선수 길민세씨의 합격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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