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회장과 한ㆍ일 롯데 계열사들을 상대로소송을 벌이면서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신 전 부회장이 이번 소송을 신 총괄회장의 뜻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94세의 신 총괄회장이 갈수록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11일 재계 및 롯데에 따르면 이번에 신 회장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벌이도록 위임장을 써 준 신 총괄회장은 현재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에서 신 회장과 함께 경영회의를 주관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임원들의 보고를 받고 있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은 지금도 신 회장과 함께 임원들의 보고를 받고 그룹 주요 경영 사안을 논의한다”며 “앞서 신 회장이 발표한 호텔롯데의 국내 증시 상장도 신 총괄회장의 동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롯데 측에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신 총괄회장이 소송 위임장에 서명한 것은 신 총괄회장의 뜻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고령이어서 건강이 좋지 않은 데 이를 신 전 부회장 측에서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 측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만나는 것을 막지 않고 있다. 그렇다 보니 롯데는 이 과정에서 위임장 서명 및 동영상 촬영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아들이 아버지를 만나는 것을 막을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이를 막으면 세간의 여론이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반대 주장을 펴고 있다. 신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가 지극히 정상적”이라며 “롯데 경영권은 장남인 신 전 부회장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게 신 총괄회장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양 측 주장대로라면 신 총괄회장은 신 회장과 함께 임원 보고를 받고 경영을 논의하면서 신 회장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하라고 신 전 부회장에게 위임장을 써 준 황당한 일을 벌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재계에서는 어느 한 쪽 주장이 사실이 아니거나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 예사롭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황을 보면 신 총괄회장이 제대로 판단을 할 수 있는 지 의심스럽다”며 “결국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 법적 소송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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