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지난 9일 난징(南京) 대학살 관련 자료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것을 두고 일본과 중국이 연일 충돌하고 있다.
가와무라 야스히사(川村泰久) 일본 외무부 대변인은 10일 담화를 발표하고 “이 안건은 일·중 간에 견해 차이가 있음에도 중국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 신청된 것이며, 완전성과 진정성에 문제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기록유산으로 등록된 것은 중립적이고 공평해야 할 국제기구로서 문제가 되는 일이기에 극도로 유감스럽다”며 “유네스코 사업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개혁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와무라 대변인이 언급한 ‘견해 차’는 주로 난징 대학살 당시 중국 희생자 수와 관련한 것으로, 중국은 희생자가 ‘30만 명 이상’이라고 주장해온 반면 일본 정부는 ‘30만 명은 과장됐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난징 대학살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환영한다”면서 “역사적 사실은 부인할 수 없고, 왜곡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측 반발에 대해 “난징 대학살이 2차 대전 중 일본 군국주의가 저지른 엄중한 범죄 행위라는 것은 국제사회의 공인된 역사적 사실”이라며 “일본의 태도는 역사를 직시하지 않으려는 잘못된 태도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고 맞섰다. 또 “중국은 일본이 침략역사를 직시하고 깊이 반성하며 잘못을 바로잡을 것을 촉구한다”며 “유네스코의 정상적 업무에 대한 간섭과 방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난징 대학살 문건에는 일본 군대가 중일전쟁 중인 1937년 12월 난징을 점령한 이후 6주간 난징 시민과 무장해제된 중국 군인들을 학살한 사실, 1945년 이후 전쟁 범죄자의 재판 관련 기록물 등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일본 측이 특히 반발하는 것은 ‘난징대학살 당시 30만 명 이상이 희생됐다’는 난징군사법정 자료의 주 내용이다. 일본은 그 동안 “난징군사법정 자료 내 중국인 희생자 숫자가 사실과 다르다”며 중국 측에 등재 신청 취소를 요구해왔다.
일본에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인 자국의 유네스코 분담금을 들어 세계기록유산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1일 사설에서 “일본은 유네스코 예산의 약 10%에 해당하는 연간 37억엔(약 359억원)을 부담하고 있다”며 “세계기록유산 제도를 개선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우려가 유네스코 관계자에 의해 충분히 이해되지 않고 등록된 것은 매우 유감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네스코 사무국과의 협력 방식에 관해 재검토해야 한다"며 “정치적 이용을 미리 막고 공평성이나 투명성이 확보되도록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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