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난 민병헌
두산 민병현(28)은 10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마친 뒤 그라운드를 쉽게 떠나지 못했다. 2-3으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것이 두고두고 아쉽고 마음에 걸렸다. 경기 후 방망이를 다시 잡은 그는 배팅 머신에서 나오는 공을 500개 정도 쳤다.
민병헌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타선 조정때 전날 4타수 무안타 부진 탓에 3번에서 6번으로 내려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민병헌의 방망이가 맞아야 경기가 풀린다”며 부활을 기원했다. 본인도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민병헌은 “처음 열심히 했을 때를 생각해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많은 연습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절치부심한 민병헌은 이날 2타수 2안타 2볼넷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1회 첫 타석에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시리즈 첫 안타를 신고했다. 그리고 2-2로 맞선 5회말 1사 1ㆍ2루에서 상대 두 번째 투수 하영민으로부터 우전 안타를 뽑아냈다.
2루 주자가 홈을 밟지는 못했지만 1사 만루 기회를 연결했고 7번 오재원이 바뀐 투수 손승락에게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결승점을 뽑았다. 민병헌의 안타가 없었더라면 생각할 수 없었던 1점이다. 그는 8회말 마지막 타석에 선두 타자로 볼넷을 얻어 걸어갔지만 후속타 불발로 홈을 밟지는 못했다. 1차전 부진을 완벽히 만회하며 팀의 3-2 승리를 이끈 그는 2차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는 기쁨도 누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날 배팅 머신에서 방망이를 많이 친 효과가 있었나.
“있었던 것 같다. 공이 가운데로 잘 몰렸고, 운도 따랐다.”
-2차전에 변화를 준 부분은.
“변화도 있었고, 마음도 달랐다. 왜 안 맞는지 먼저 생각했고, 잘 맞는 방향으로 폼을 수정했다. 마음 가짐은 처음엔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첫 타석에 피어밴드가 흔들리면서 볼넷을 줘 (밀어내기) 1타점이 돼 다음 타석에서 조금씩 편해진 것 같다. 감독님께서 편하게 치라고 타순 조정해주신 것이 좋게 작용했다.”
-3번 타순이 부담스러웠나.
“부담스럽다기 보다 찬스가 많이 오고, 병살타가 나오고 삼진도 먹으면서 위축됐다. 오늘도 첫 타석에서 찬스가 왔는데 무난하게 넘겨서 잘 풀린 것 같다.”
-2년전 치렀던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와 비교해 바뀐 게 있다면.
“특별히 바뀐 건 없다. 그땐 우리가 먼저 지고 갔는데 어제 1차전을 이긴 게 큰 것 같다. 분위기라고 하면 우리가 1차전 결정적인 상황에서 승리해 2차전도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3차전부터 목동에서 경기를 하는데.
“야구장이 조금 작고 장타 위주 팀이 유리한 건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은 크게 치는 타자가 없어 목동이나 잠실 똑같이 경기할 것 같다.”
-두산이 넥센을 자극한단 얘기가 나왔다.
“그런 건 없다. 경기를 하다 보면 작은 오해를 할 수 있다. 넥센이나 우리 팀 모두 서로 악감정은 없다. 조그마한 신경전이지 않을까 싶다.”
-선수단 분위기는 어떻게 가져가고 있나.
“선수들이 대화도 많이 하고 잘 뭉치고 있다. 분위기나 파이팅 다 좋다. 예전에 우리가 준우승 몇 번 했는데 그것보다 지금이 더 좋은 것 같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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