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넥센은 11일 2차전에서 또다시 한 점 차로 무릎을 꿇으며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이제 남은 시리즈에서 단 1패만 당해도 가을야구를 접어야 한다.
◇스스로 무너진 피어밴드
넥센은 이날 선발 라이언 피어밴드가 초반 제구 난조로 투구 수 관리에 실패했다. 피어밴드는 1회말에만 4사구를 4개나 남발했다. 준플레이오프 한 이닝 최다 4사구 허용 타이 기록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SK 선발 김광현이 1회말에 4개의 4사구를 내주며 어렵게 풀어간 교훈을 까맣게 잊고 피어밴드가 반복했다. 유리한 볼 카운트를 잡고도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두산 타자의 방망이를 끌어내지 못했다. 뜻대로 안 풀리고 구심의 판정도 내키지 않자 흥분하기 시작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이 "앤디 밴헤켄처럼 침착함을 유지하라"고 항상 강조했는데도 흔들리는 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1회말에만 40개의 공을 던진 피어밴드는 이닝을 거듭하고 투구 수가 늘어날수록 안정감을 찾았지만 4회까지 무려 101개를 던지고 나서 일찍 내려갔다.
◇손승락 투입, 한 템포 빨랐더라면
염경엽 감독은 피어밴드가 내려간 뒤 5회말에 오른손 하영민을 올렸다. 2년차 하영민은 첫 포스트시즌 등판이었다. 선두 타자 박건우를 중견수 뜬 공으로 잡을 때만 하더라도 '하영민 카드'는 성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4번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주고 5번 양의지와 6번 민병헌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전날 연장 10회 넥센 고졸 루키 김택형이 압박감을 극복하지 못한 것과 같은 결과물이 됐다.
넥센 벤치는 코너에 몰리자 그때서야 필승조 손승락을 올렸다. 손승락은 7번 오재원을 뜬 공으로 처리했고, 이 때 3루 주자 김현수가 홈을 밟았다. 포수 실책으로 1, 2루 주자는 한 베이스씩을 진루해 2사 2ㆍ3루로 변했지만, 손승락은 대타 최주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추가 실점을 막았다. 물론 손승락이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전날 1차전에 모두 등판했지만, 그의 구위와 포스트시즌 무대 특성을 감안했더라면 하영민이 위기를 맞았을 때 한 템포 일찍 손승락을 올렸으면 어땠을까 라는 투수 운용의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아, 머나먼 잠실
넥센은 대표적인 홈런 군단이다. 올 시즌 팀 홈런 203개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 중 안방인 목동구장에서 나온 대포는 절반이 넘는 117개.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 특성에 맞게 타자들은 목동에 최적화됐다. 그러나 잠실은 다르다. 넥센은 올해 국내 야구장 가운데 가장 크다는 잠실에서 16경기를 치렀고 총 11개를 담장 밖으로 넘겼다. 경기당 평균 1개가 안 되는 셈이다.
넥센 타자들은 역시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재미를 못 봤다. 1회초 2사 1루에서 4번 박병호는 두산 선발 장원준을 상대로 우중간 깊숙한 타구를 날렸지만 워닝트랙에서 우익수 민병헌에게 잡혔다. 목동구장이었다면 충분히 넘어갈 타구였는데 잠실구장에서는 아웃으로 둔갑했다. 2-3으로 뒤진 7회초에도 김민성이 주자 없는 상황에서 노경은을 맞아 힘껏 잡아 당겨 홈런성 타구로 연결했다. 맞는 순간 포물선은 관중석으로 넘어가는 듯했지만 담장 바로 앞으로 달려가 기다리던 좌익수 장민석의 글러브로 쏙 들어갔다. 넥센은 이날 손해 본 3점이 뼈아프기만 하다.
사진=임민환기자
잠실=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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