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일 마지막 주자로 나섰지만
접전 끝에 무릎… 미국팀 6연패
사흘간 2승1무1패… 2017년 기약
갤러리들도 "괜찮아" 연호 응원
미국팀의 6연패냐, 양팀의 공동우승이냐.
키를 손에 쥔 인터내셔널팀 마지막 주자 배상문(29)의 18번홀(파5) 세 번째 샷이 통한의 ‘뒤땅’으로 무너졌다. 언덕 위 홀컵을 향해 30m짜리 어프로치를 시도하다가 ‘뒤땅’을 치고만 것이다. 홀을 둘러싼 갤러리들이 탄식에 이어 “괜찮아! 괜찮아!”를 연호했지만 배상문은 그 자리에서 얼굴을 감싸 쥔 채 주저앉아버렸다.
막판까지 1홀 차 초접전을 이어오던 배상문이 빌 하스(33ㆍ미국)에게 승부를 넘기는 순간이었다. 배상문은 벙커샷을 그린 위에 올린 하스에게 컨시드를 줬고, 미국팀의 프레지던츠컵 6연패가 결정됐다.
결과는 패배였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배상문의 강심장은 빛났다. 배상문은 11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코리아에서 열린 2015 프레지던츠컵 마지막 날 싱글매치에서 미국팀과 인터내셔널팀이 14.5-14.5로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마지막 홀까지 미국팀을 괴롭혔다.
배상문이 감당해야 할 압박감은 컸다. 지난해 말부터 병역 기피 논란을 겪어온 그는 프레지던츠컵 개막 직전인 지난달 30일 귀국과 동시에 대구남부경찰서에서 병역법 위반 혐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배상문은 2012년 3수 끝에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PGA에 입성한 뒤, 2013년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최경주, 양용은에 이어 한국인 세 번째로 PGA 정상에 올랐다. 2014~15시즌 투어 개막전이었던 프라이스닷컴 오픈에서도 우승을 거두며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는 듯 했다. 하지만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린 배상문에게도 군입대는 피할 수 없었다. 다행히 닉 프라이스 인터내셔널팀 단장의 와일드카드 ‘선택’을 받은 배상문은 조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을 통해 병역기피로 상처받은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다.
배상문에게 가장 큰 힘이 됐던 것은 갤러리와 동료들, 가족의 응원이었다. 대회장을 찾은 국내 갤러리들, 인터내셔널팀 응원단, 주한 미군들까지 배상문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대회 기간 내내 구름 갤러리들이 그를 따라다니면서 배상문의 마지막 활약을 눈에 담았다. 생후 5개월부터 혼자 힘으로 배상문을 길러낸 어머니 시옥희(59)씨 역시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응원에 힘입은 배상문은 둘째 날 포볼 매치에서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25)와 호흡을 맞춰, 1승을 거뒀고, 셋째 날 포섬과 포볼 매치를 각각 무승부와 6&5 완승으로 끝내면서 ‘무패행진’을 벌였다. 세계랭킹에서 뒤져 와일드카드로 출전티켓을 거머쥐었지만 사흘간 네 차례 경기에 나서 2승1무1패의 성적을 거뒀다. 마지막 날 18번홀에서 결국 통한을 삼켜야 했지만 배상문을 짓누르던 마음의 짐은 한결 가벼워졌다.
다행히 배상문은 2017년을 기약할 수 있다. PGA가 군복무를 해야 하는 배상문에게 병가 규정인 ‘메디컬 시드’를 부여하기로 약속하면서다. 배상문은 대회 종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2년 뒤가 될 수도 있고 4년 뒤가 될 수 있지만 다음(프레지던츠컵) 대회에 꼭 출전하고 싶다. 그 때 다시 돌아와서 미국팀을 꼭 이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인천=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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