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회가 최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겸 FIFA 명예부회장에 대해 ‘자격정지 6년’의 처분을 내렸다. 앞서 윤리위 산하 조사국은 정 명예회장이 5년 전 2022년 월드컵 유치 활동 과정에서 “7억7,70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해 저개발국 축구발전에 쓰겠다”는 서한을 각국에 발송한 것을 문제 삼아 윤리위에 회부했다. 그러나 이번 윤리위 최종 결정은 이와 무관한 ‘조사 비협조’를 주된 이유로 삼았다. 애초에 문제 삼으려던 ‘뇌물 공여’ 혐의를 밝히지 못하자 엉뚱하게 조사 과정에서의 태도만 물고 늘어진, 국제사회의 상식과 동떨어진 처사다.
더욱이 이번 처분은 거액의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제프 블라터 회장과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등에 대한 ‘자격정지 90일’의 솜방망이 징계 처분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혐의 조사 단계의 비협조적 태도에 대한 자격정지 가 어떻게 이미 거액의 뇌물 수수 혐의가 거의 굳어진 사람의 24배에 이른다. 형평성을 거론하기가 민망하다.
이번 징계가 그대로 확정될 경우 정 회장은 내년 2월26일의 차기 FIFA 회장 선거 입후보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FIFA와도 사실상 결별해야 할 처지다. 플라티니 회장도 26일 마감되는 차기 회장 선거에 나설 수는 없게 됐다. 일부 서구 언론이 회장직을 내놓지 않으려는 ‘블라터의 음모’라는 분석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블라터의 살인청부업자’라는 평을 들어온 FIFA 윤리위의 이번 처분이 유력한 후보들의 발을 묶어두기 위한 것이었다는 내용이다.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국제사회에 공공연히 나도는 ‘FIFA 독재자 블라터’의 실체를 짐작하게 하는 분석이다. 정 명예회장의 주장처럼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와 같은 FIFA에서 자신의 이익과 안위만을 도모하면서 FIFA를 계속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세력”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결정은 FIFA의 도덕성에 거듭 회복불능의 상처를 남겼다. 세계 210여 회원국, 수십억 축구팬을 하나로 묶어야 할 FIFA가 국제사회와의 괴리만 넓히고 있다. 최종 해체를 포함한 ‘혁명적 FIFA 개혁’ 없이는 치유하기 어려운 고질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