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환경감시선서 선상 기자간담회…국내 원전정책 비판
“원전과 재생에너지 간 대결구도가 깨진 지 벌써 오랩니다.”
11일 그린피스의 신고리 5~6호기 건설반대 기자간담회에서 독일 활동가 숀 버니 수석 캠페이너는 재생에너지의 원전 대비 효율성을 이렇게 역설했다.
그린피스는 이날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등 지역 반핵단체와 함께 부산항 제1부두에 정박 중인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발언자로 나선 숀 버니는 영국석유공사(BP)의 ‘세계에너지 통계’를 인용해 “2000년도를 기준점(제로)으로 봤을 때 지난해 세계 전력발전량 중 풍력은 약 700TWh(테라와트시), 태양광은 200TWh였지만 원자력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지난 15년 간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이 원자력을 추월한 만큼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구도는 이미 끝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국, 일본, 독일, 스페인, 스웨덴 등에서 이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며 “특히 중국은 지난해 원전에는 약 80억달러를 투자한 반면 풍력과 태양광 등에는 10배에 달하는 약 800억달러를 투자했다”고 말했다. 또 “독일 도이치뱅크는 태양광에너지를 생산하는 국가의 80%가 향후 3~4년 내 ‘그리드 패리티’(화석연료 발전단가와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시기)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고도 했다.
숀 버니는 한국 정부의 원전 확대정책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교훈과 세계 에너지 정책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기 싫은 것 같다”며 “고리, 월성, 한울, 한빛 등 여러 개 원전이 한데 위치한 한국의 특성상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대응과 수습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 정부와 동경전력이 줄곧 원전사고 위험성은 없다고 역설했지만 사고는 결국 일어났다”며 “특히 간 나오토 일본 전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 6기가 모두 문제를 일으키면 피난구역은 최대 250㎞에 달할 수 있다는 일본원자력에너지위원회의 보고서를 보고 반 원전 운동가가 됐다. 이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는 현재까지 약 17만명의 피난민과 100조원 가량의 피해액을 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며 “고리원전 인근 30㎞에는 후쿠시마보다 많은 34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어 피해는 추산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숀 버니는 그린피스 독일 사무소에 근무하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 정부가 단계적 탈핵을 결정하는데 기여했고, 2012~2013년에는 ‘지구의 벗 미국지부’에 근무하며 캘리포니아주 산오노프레 원전의 문제점을 지적해 영구폐쇄 결정을 이끌어낸 원전 전문가다.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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