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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에 반격 나선 롯데, "같은 내용 반복, 기업가치만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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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에 반격 나선 롯데, "같은 내용 반복, 기업가치만 훼손"

입력
2015.10.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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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사진)이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대표에게 건넸다고 알려진 위임장.

잠잠했던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다시금 수면위로 떠올랐다.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고 생각했던 경영권 분쟁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 8일 소송전을 천명하고 나선데 이어 신격호 총괄회장이 1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신 대표가 고령인 총괄회장을 앞세워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언론 플레이'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 첨예한 진실공방, 형제간 경영권 분쟁 심화

한 언론은 이날 신 총괄회장의 인터뷰를 보도해 논란을 가열시켰다. 신 전 부회장의 기자회견이 있었던 지난 8일 오후, 본인의 집무실에서 신 전 부회장으로부터 당일 오전에 있었던 기자회견을 보고받은 자리에서 신 총괄회장이 한 발언이 외부에 공개됐다.

▲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대표(사진)가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 자리에서 "장남에게 승계될 것을 알고 차남이 분쟁을 벌였다"며 "아버지의 재산을 마음대로 한 것은 횡령인데다가 정신적으로 이상하다느니 하며 재산을 가로채는 것은 큰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신 총괄회장은 "한국과 일본의 유능한 변호사들을 고용하고 사태가 끝날 수 있다면 다행이니 철저히 준비하라"며 "중국에서의 사업 손실분도 소송 내용에 포함하는 등 이번 일에 단 한발도 물러서지 말라"고 명령했다.

본인의 의지와 판단력을 통해 소송을 진두 지휘하면서 일각에서 제기했던 치매 등 건강이상설을 정면 반박하는 모습이다.

이에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지난 6일 자신의 영문 이니셜을 딴 SDJ코퍼레이션의 국내 법인 등기를 마치며 본격적인 반격을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이 승리를 거둔 지 약 50여일 만이다.

이러한 사실은 8일 신 전 부회장의 법적대응 기자회견을 통해 밝혀졌다.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직접 서명한 짧은 영상과 함께 위임장을 일부 공개했다.

위임장 내용을 살펴보면 "7월 17일자로 신동주를 한국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하며 차남인 신동빈을 롯데그룹 후계자로 승인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어 "본인(신 총괄회장)은 한?일 롯데그룹 총괄회장인 바, 최근 신동빈이 본인을 일본법에 의해 설립된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직과 회장직에서 해임했다. 이는 롯데그룹 창업주인 본인을 불법적으로 축출하려는 행위로 생각해 법적 조치를 취해줄 것을 큰 아들 신동주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승낙을 받아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회장에 올랐다는 그룹 측 주장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신 회장은 지난 7월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통해 자신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을 신 총괄회장이 허락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에서 롯데홀딩스 대표 해임 무효소송을 진행하고 한국에서는 계열사 이사 해임건에 대한 1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및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국내 소송은 SDJ코퍼레이션이 담당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소송의 경우 신 총괄회장이 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또 다시 형제의 난으로 비화되는 모습이다.

반면 롯데그룹은 신 대표 측의 주장에 강력히 반발하고있다. 11일 롯데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미 기자회견을 통해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총괄회장을 앞세워 동일한 내용을 반복하는 것은 롯데의 기업개선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롯데그룹 측은 언론 인터뷰가 의도된 기획이라고 주장했다. 신 총괄회장의 건재가 확인돼야 하는데, 단편적인 영상 공개나 제한적인 인터뷰만으로는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신 총괄회장이 직접 공개 기자회견에 나서 의중을 밝혀야만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집무실에 기자가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배석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당초 (신 전 부회장 측이) 의도를 가지고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재계의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앞세워 지속적으로 롯데그룹의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고 있지만 신동빈 회장이 합법적 절차를 거쳐 경영권을 장악한 이상 판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 집 안 싸움에 그룹 휘청, 면세점·상장 물거품?

재계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의 반격이 롯데그룹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전에서 그가 승리해 법적 판결이 확정될 경우 판세가 뒤집힐 전망이 크다는 것.

▲ 신동주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진행되는 데다 소송 특성상 장기 국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를 통해 롯데그룹의 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롯데 면세점 서울 소공점(12월 22일)과 서울 롯데월드점(12월 31일)의 운영 특허가 올해 12월 만료되는 것이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면세점 두 곳의 연 매출만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재허가 심사를 앞두고 형제간 경영권 이전투구로 악화된 여론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는 12일 인천 운서동 롯데면세점 통합물류센터에서 발표되는 '롯데면세점 상생 2020 비전 선포식'에 신 회장이 직접 참가할 정도로 면세점 수성은 롯데그룹의 당면 과제다.

더불어 호텔롯데 상장도 암초를 만난 모습이다.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는 100%에 가까운 일본 주주 지분율을 낮추고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선책이다. 신 회장이 프레젠테이션에도 참석할 만큼 그룹의 핵심 현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과 회장직 해임에 대한 무효 소송 등을 통해 그룹 지배권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상장 추진 과정에서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밖에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반(反) 롯데' 정서가 고착화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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