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법원 판례 확대 해석 주목
아들 부부가 이혼 소송 중인 상황에서 며느리 몰래 손녀를 외국에 있는 아들에게 데리고 간 혐의(국외이송약취)로 기소된 친할머니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이혼 과정에서 한쪽 부모가 자녀를 일방적으로 외국에 데려갈 때 폭력ㆍ협박이 없고 양육의사가 분명하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확대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영주권자인 최모(59ㆍ여)씨는 직업상 이유로 딸 A(6)양을 양육하기 어려웠던 아들 부부를 대신해 2012년 해외거주 허가를 받고 서울에서 손녀를 길렀다. 하지만 지난해 아들 부부가 이혼 소송에 들어갔고 며느리는 A양을 강원 춘천시에 있는 친정에 맡겼다. 이후 최씨는 며느리 친정에 찾아가 A양을 잠깐씩 만났다.
그러던 중 올해 5월 최씨는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서 “처가에 알리지 말고 딸을 데리고 오라”는 부탁을 받았다. 며칠 뒤 최씨는 사돈에게 “점심을 사 먹이겠다”고 말한 뒤 A양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났다.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경찰에 신고했고, 최씨는 폭행이나 협박 등 불법적인 힘으로 사람을 외국에 데려갔을 때 적용되는 국외이송약취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 심우용)는 “최씨가 A양을 기르고 있었고 A양 어머니가 전적으로 양육을 하기 어려웠던 점, A양이 아빠를 보고 싶어한 점을 고려할 때 최씨의 행위가 A양의 이익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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