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돔 공연 2만2000여명 몰려
울리는 음향·불안한 객석은 숙제
일본 가수들에게 도쿄돔은 ‘꿈의 무대’로 불린다. 5만명을 동원할 수 있는 큰 규모에, 음향 시스템도 수준급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공연 유치 경쟁도 치열해 그룹 스마프나 아라시 같은 최정상 인기가수들이나 설 수 있다. 야구경기를 위해 세워진 경기장이지만, 소리의 외부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돔구장은 실내공연장으로 큰 매력을 지닌 문화시설 역할도 한다. 이런 돔구장이 일본에는 6개나 된다.
한국에서도 ‘돔콘서트’ 시대가 열렸다. 그룹 엑소는 지난 10일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이하 고척돔)에서 2만2,000여 관객을 불러 모으며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지난 8월 완공된 국내 최초 돔구장이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공연장으로도 데뷔한 것이다. 외부 행사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회장도 공연 앙코르 직전 무대에 올라 엑소와 첫 돔콘서트의 즐거움을 나눠 눈길을 끌었다.
엑소의 고척돔 공연은 공연계의 화두였다. 기존의 최대 실내공연장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1만5,000석)보다도 객석이 많은데다가, 체조경기장이 내년 리모델링을 시작하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공연장으로 고척돔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았다. 이번 공연을 통해 고척돔은 공연장으로 가능성과 숙제를 동시에 보여줬다.
체조경기장과 비교해 1~4층에서도 그라운드 무대 시야 집중도가 좋았다. 하지만 음향에선 체조경기장과 마찬가지로 문제를 노출했다. 2층 앞에서 공연을 본 공연업계 종사자는 “(돌림노래 같은) 음향 딜레이 현상이 일어나 아쉬웠다”며 “돔 공연장 특성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층에서 공연을 본 다른 가수기획사 관계자도 “생각보다 울림이 심했다”고 말했다. 고척돔은 체조경기장보다 큰 실내공연장인만큼 소리를 잡아줄 수 있는 음향 관리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객석 규모가 크다 보니 3~4층에서 본 관객들 사이에선 좌석 경사가 너무 가파르고, 좌석 사이가 비좁아 이동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4층에서 공연을 봤다는 이모(15)양은 “일어날 때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고까지 했다. 공연에 따라 열성 팬들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안전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또 고척돔에서 지하철 1호선 구일역까지 성인의 빠른 걸음으로도 10여 분이 걸리는 등 공연장 접근이 쉽지 않은 것도 아쉬움 중 하나였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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