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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시 파켓] 우리의 삶에 '공백'이 필요한 이유

입력
2015.10.1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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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대화의 작은 파편들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을 때가 있다. 지난 달, 독일 영화사에 다니는 덴마크인과 공항으로 가던 중이었다. 그는 어떻게 이 일을 시작했는지 이야기 하면서 대학 졸업 후 직업을 찾기 위해 1년을 쉬었다고 했다. "덴마크에선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 1~2년의 공백기를 갖는 게 흔한 일이거든요. 그런데 독일에서는 졸업과 동시에 직업을 찾아 나서죠. 독일의 회사들은 (지원자들이) 쉬었다는 사실에 대해, 직업관이 투철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1년 쉬는 게 시간 낭비라고? 위에 언급한 사람의 경우, 금융을 전공한 뒤 영화 제작자를 만나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지금 그는 영화와 금융지식이 결합된, 그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직업을 찾았다. 그는 한 개가 아닌 두 개의 전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학 졸업 후 1년을 쉬는 덴마크 사람들 중에서도 게임이나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또한 인생에 있어서 기회라는 것이 전혀 예상 밖의 장소에서 생기기도 한다. 누군가와의 우연한 만남은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한 권의 책이 새로운 것을 배우게 만들기도 하며, 재미로 계속해왔던 취미는 때때로 새로운 직업으로 이끌기도 한다(이건 내게 실제 일어났던 일이기도 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넓게 보면, 다양한 경험이 쌓이는 시간은 사람을 더 현명하고, 즐겁고, 경쟁력 있게 만들어 준다. 그런 시간을 통해 새로운 관점과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터득하게 된다. 삶의 경험은 얼핏 보기에 연관성이 없는 것들을 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그것은 창조의 가장 기본인 셈이다.

그런 생각들은 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부의 나라'라는 다큐멘터리를 볼 때 도 계속 됐다. 최우영 감독과 벨기에의 스티븐 두트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은 이 영화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영화로서, 영화제에서 가장 입에 오르내린 작품 중 하나였다. 한국 관객들에겐 친숙한 소재일 테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공부만 하는 고등학생들 얘기다. 그러나 학생들이 시스템 안에서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는 순간 가슴이 아파온다. 영화는 한 걸음 물러서서 한국의 교육체제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영화 '공부의 나라'

외부에서 교육시스템을 바라보면, 한가지는 분명해진다. 삶의 경험보다는 지식습득에(또는 아마도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는 능력에) 더 가치를 두는 시스템이라는 거다. 어른이 되기 전 몇 년은 삶의 경험을 얻기 위한 가장 좋은 기회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방법 등은 어떤 분야에서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다. 그러나 삶의 경험 같은 것이 교실이나 어학원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얻어지는 것일까?

나만 그런 주장을 펼치는 건 아니다. 영화 '공부의 나라'는 한국 정부가 교육시스템에 대해 공식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1970년대의 이 발표에서조차 교육체제가 쉽게 바뀌는 게 아니라고 암시하고 있었다.

영화 '공부의 나라'

그러나 변화의 여지가 있다면, 그 첫 번째 단계로는 태도와 가치를 바꾸는 일일 것이다. 삶의 경험에 대한 가치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이를 통해 보다 경쟁력 있고 성공하는 사람이 되는 길을 찾을 수도 있다. 성공에 이르기 위한 길은 쭉 뻗은 길만 있는 게 아니다. 때로는 구불구불한 길이 될 수도 있고, 그 길이 예상치도 못한 곳으로 우리를 안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영화평론가 겸 배우

<원문보기>

Life Experience

Sometimes a small piece of conversation ends up sticking in your head. Last month, I was on the way to the airport with a man from Denmark who works for a German film company. He was talking about how he started his career, and he said that after graduating from his university, he took a year off before looking for a job. “It’s quite common and accepted in Denmark for people to take a year or two off before starting your career,” he said. “But in Germany, people almost always start applying for jobs immediately,” he told me. “If companies see that you took time off, they think that you’re not serious about your career.”

Is taking a year off really just a waste of time? In the case of the person above, he got to know some filmmakers and ended up finding a new direction for his career, after majoring in finance. Now he’s found a job he really likes that combines his knowledge of film and finance. He has two specialties, instead of one.

It’s probably true that some of those people in Denmark who take a year off after university just end up playing video games and wasting time. But it’s also true that in life, opportunities tend to arise from completely unexpected places. A random meeting with someone ends up encouraging you to travel someplace new. A book you read might inspire you to learn about a new topic. A hobby that you pursue just for fun can sometimes lead you to a new career. (This, indeed, is what happened to me.)

More broadly, time spent accumulating different kinds of life experience makes you a wiser, more interesting and more competent person. It gives you new perspectives and different ways of understanding the world. Life experience helps you to draw connections between two seemingly unrelated things, which is one of the basic building blocks of creativity.

Such thoughts were running through my mind as I watched the documentary 공부의 나라 Reach for the SKY at this year’s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Co-directed by Choi Woo-young and Belgian director , this film about Korea’s educational system was one of the most talked-about works at the festival. For Korean viewers, the content of the film will be familiar: high school students who do nothing but study from early morning until late at night, desperately trying to gain admission to a good university. But the documentary is heartbreaking, because it helps you to feel what students inside the system are experiencing, and it also gives you a chance to step back and see the system as a whole.

Looking at the educational system from the outside, one thing is clear. This is a system that values knowledge (or perhaps, the ability to carry out assigned tasks) infinitely more than it values life experience. The years before you become an adult represent some of the best opportunities to gain life experience. Meeting new people, learning how to express yourself and adapting to new situations are the kind of skills you need to be successful in any field. But what kind of life experience can you gain by spending day after day in classrooms and language institutes?

I know I’m hardly

the first person to make such an argument. Reach for the SKY opens with a quote from a Korean government official making many of the same observations about the educational system as I just did. Ironically, the quote is from the 1970s, suggesting that the system is not an easy one to change.

But if any change is to take place, the first step is to change one’s attitudes and values. A good place to start would be to think again about the value of life experience, and all the ways it can make us into more competent and successful people. Sometimes the path to success is not a straight line. It’s a meandering road, that takes us places we didn’t expect t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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