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출신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7)가 벨라루스 대선을 하루 앞둔 10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현 대통령의 독재가 계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알렉시예비치는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벨라루스의 선거 과정이 루카셴코의 통제 아래 있기 때문에 그가 5선에 성공할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벨라루스에서는 누구에게 투표하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루카셴코가 얼마나 많은 표를 얻느냐가 중요하다”며 “어떤 놀라운 결과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알렉시예비치는 “루카셴코는 ‘소비에트 사람’이고 절대 변하지 않는다”며 “유럽은 루카셴코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인 것을 알지 못한 채 벨라루스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벨라루스는 11일 대선 투표를 실시하는데 루카셴코의 재선이 거의 확실하다. 루카셴코는 1994년부터 벨라루스를 철권 통치했고 서방으로부터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유럽연합(EU)는 이 때문에 1997년부터 벨라루스에 제재를 가했고 2010년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계기로 이를 강화해 루카셴코 등 170여명과 14개 단체에 대해 EU 회원국 입국 금지 및 은행 자산 동결 등의 조치를 취했다.
벨라루스 정부는 지난 8월 반체제 지도자 6명을 석방하는 등 유화 조치를 취했고, EU는 이번 대선 과정을 보고 벨라루스 제재를 재검토할 방침이다. 벨라루스 내 야권 운동가들은 EU가 제재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알렉시예비치는 “러시아에서는 민주주의를 말할 수 없다”며 러시아 정부도 비판했다. 그는 “1990년대에 우리는 소련이 붕괴하자 곧바로 자유가 올 것이라는 순진한 시각을 가졌다”며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 자유롭지 않다”고 덧붙였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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