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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짝 않고 앉아 일하는 당신, 심부정맥혈전증 주의보!

입력
2015.10.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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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순환 안돼 생긴 젤리같은 혈전… 다리나 폐 혈관 막아 생겨

같은 자세로 오래 앉으면 위험 TV 하루 5시간 이상 보면 안돼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 별칭

비행 때도 1시간마다 스트레칭을

TV를 하루 5시간 이상 시청하면 혈전으로 인한 다리나 폐를 막는 심부정맥혈전증이나 폐색전증에 의해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것을 피해야 한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TV를 하루 5시간 이상 시청하면 혈전으로 인한 다리나 폐를 막는 심부정맥혈전증이나 폐색전증에 의해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것을 피해야 한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일교차가 10도를 훌쩍 넘기는 환절기다. 급격한 기온 차가 생기면 피부와 모세혈관이 수축돼 혈액순환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혈관 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이 발병할 수 있다. 특히 오랫동안 앉아 일하고 TV를 장시간 시청하면 다리 혈액을 심장으로 보내주는 심부정맥(深部靜脈)이 막히는 심부정맥혈전증이 발병할 수 있다. 심부정맥혈전증은 여객기의 비좁은 일반석에 앉아 장거리 여행하는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고 해서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으로 불린다.

이 같은 혈전증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37초마다 1명씩 사망할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5년간 혈전증이 34%나 늘었지만 그 심각성이나 구체적인 위험신호, 증상은 11%만 인식할 정도(바이엘 헬스케어 조사)로 인지도가 낮다. ‘세계 혈전의 날(World Thrombosis Dayㆍ10월 13일)’을 맞아 혈전증에 대해 알아본다.

심부정맥혈전증, 혈류 느린 다리에서 주로 발생

혈전은 혈관 속에서 피가 제대로 순환되지 않으면서 젤리처럼 굳어진 덩어리를 말한다. 혈전이 혈관을 타고 이동해 혈관을 막는 것을 색전증(塞栓症)이라고 한다. 급성심근경색과 뇌졸중은 동맥 부위에 혈전색전증이 생긴 경우다.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으로 불리는 심부정맥혈전증은 정맥 계통에서 발생한 혈전색전증이다. 주로 혈류 속도가 느린 허벅지와 종아리 등 하지 정맥에서 나타난다.

혈전은 혈액 오염이나 혈관 노화 등으로 인해 생긴다. 나이가 들수록 혈관은 탄력을 잃고 조금씩 단단해진다. 여기에 과식이나 과음, 운동부족 등으로 인해 혈액과 직접 닿는 혈관부위에 지방이나 ‘나쁜’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등 유해물질이 달라붙게 된다. 혈액 속 대식(大食)세포가 이 같은 유해물질을 먹어 치운다.

문제는 유해물질을 먹어 통통해진 대식세포가 그대로 혈관 내벽에 달라 붙어 ‘플라크’라는 흐물흐물한 혹이 된다. 이 플라크는 쉽게 벗겨지거나 찢어져 그 부위를 복구하기 위해 다량의 혈소판이나 백혈구가 모여 핏덩어리를 만들게 된다. 이것이 바로 혈전이다. 혈전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혈관을 막게 된다는 것이다.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으면 혈전이 생기고 이것이 다리나 폐의 정맥에 흘러 들어가 혈액 흐름을 차단한다. 혈전이 다리 정맥을 막는 심부정맥혈전증은 다리가 붓고 통증이 생기며, 심하면 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혈전이 폐에 들어가 폐정맥을 막는 ‘폐색전증(肺塞栓症)’이 되면 호흡이 가빠지고 빨라지는데, 심할 경우 실신하거나, 청색증(얼굴과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 증상), 가슴통증, 기침, 객혈 등이 생긴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혈관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혈류가 감소하고 혈관 안에 혈전이 잘 생겨 심근경색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하고 쌀쌀해지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거나 관상동맥질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혈전증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폐동맥 내 혈전의 모습.
폐동맥 내 혈전의 모습.

장시간 TV시청 등 오래 앉아 있지 말아야

혈전증이 발병될 위험군은 사무원이나 학생, 운전기사, 고령의 골절 환자 등 장시간 꼼짝하지 않고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평소 동맥경화, 당뇨병 등 혈전을 유발하는 다른 위험요인이 없더라도 갑자기 가슴통증이나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나면 심부정맥혈전증을 의심해 재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장시간 TV를 시청해도 심부정맥혈전증에 걸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에 나왔다. 시라카와 도루 일본 오사카대 사회의학과 연구팀은 지난달 말 유럽심장병학회(ESC)에 40~79세 남녀 6,024명을 대상으로 18.4년 동안 추적 조사해 TV를 하루 5시간 이상 시청하는 사람은 2.5시간 미만 시청하는 사람보다 심부정맥혈전증에 의한 폐색전증으로 사망할 위험이 2배 높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특히 60세 미만 연령층에서는 TV를 하루 5시간 이상 보는 사람이 2.5시간 이하 보는 사람보다 폐색전증 위험이 무려 6배, 2.5~4.9시간 보는 사람은 3배 높았다.

심부정맥혈전증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장기간 오래 앉아 있지 말아야 한다. 김동익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장시간 앉아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자주 발과 다리를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며 “좁은 좌석에 앉아 장시간 비행기 여행을 할 때도 물을 자주 마시고 1시간 간격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 맨손 체조, 스트레칭을 해주면 혈전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만일 수술 후나 급성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경우라면 탄력스타킹을 신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심부정맥혈전증 증상이 가벼울 경우 혈전용해제를 이용해 혈전을 녹이면 된다. 심하면 가느다란 관(카테터)을 삽입해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을 제거한다. 최근에는 그물망을 이용해 뇌혈관을 기계적으로 뚫는 뇌혈관 기계적 재개통술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 장경술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혈전용해제는 혈전을 서서히 녹이기 때문에 뇌경색의 50% 이하만 뚫을 수 있어 혈전용해제 용량을 많이 쓰면 혈관이 터질 수 있다”며 “그물망을 이용한 새로운 시술은 혈전으로 막힌 뇌혈관을 90% 이상 뚫는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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