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돼 첫 주말 3대 백화점들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소 24%에서 최고 35%까지 매출 성장을 보였다. 관계부처의 준비가 다소 부족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미국에는 블랙프라이데이와 연결된 의미 있는 날이 있다. 기부의 날인 ‘기빙튜즈데이(Givng Tuesday)’다. 추수감사절이 끝나고 이어지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소비문화의 상징이라면 기빙튜즈데이는 기부문화의 상징일이다.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자신과 가족을 위한 소비를 즐겼다면 화요일에는 타인을 위한 기부를 즐기자는 발상으로, 올해는 11월 27일이 블랙프라이데이, 12월 1일이 기빙튜즈데이다.
기빙튜즈데이는 2012년 뉴욕의 한 비영리단체인 ‘92번가 Y(92nd Street Y)’가 진행하는 기부캠페인에서 시작됐다. 참여자들이 시간과 재능을 이웃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고, 기부에 대한 열정을 친구, 가족, 동료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사회운동이다. 처음 기빙튜즈데이의 목표는 100개 단체를 참여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첫 캠페인에 참가한 단체 수가 무려 2,500개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기록했다. 기빙튜즈데이는 현재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 3만여 단체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행사로 확대되었다. 이 날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관용과 나눔의 마음이 문화, 지역, 경제적 차이를 초월한 모든 인류의 본성이기 때문’이라고 창설자 헨리 팀스는 말한다.
기빙튜즈데이의 마케팅 전략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플러스 등 소셜네트워크와 대중매체를 통해 전파되는 다양한 목소리와 영향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 3년 간 미국의 여러 대중매체들이 기빙튜즈데이를 무료 홍보해 주었다. 지난해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기빙튜즈데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메시지까지 발표했다.
기빙튜즈데이는 기부문화의 단순한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 기빙튜즈데이 사이트는 일반 국민과 NPO들에게 실무자 교육프로그램과 사례연구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또 NPO들에게 성공적인 모금사례를 공유하도록 해 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모금전략을 세우도록 돕는다. 일반인에게는 기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현명한 기부활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빙튜즈데이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성장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인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92번가 Y’의 전략적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인디애나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빙튜즈데이 한 주 동안 비영리단체들이 모금한 금액은 약 4,600만 달러였고, 이는 전년 대비 약 63% 늘어난 금액이었다. 집계되지 않은 비영리단체 모금액까지 고려하면 액수는 더 많을 것이다.
최근 국내에는 삼겹살데이(3월 3일), 구구데이(9월 9일ㆍ치킨 먹는 날) 등의 재미있는 상징일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특정 날을 이용해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주고 판매를 촉진하는 마케팅을 데이마케팅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징일이 나와 내 가족에 국한된 개인적 소비의 날이라는 것이 아쉽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웃을 위해 나눔을 즐기는 진정한 의미의 기념일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내친김에 기빙튜즈데이를 “남의 날”로 명명해 보는 건 어떨까.
일 년에 하루쯤 남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그것을 과감히 실행하는 것은 나와 남이 어울려 사는 공동체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걸음이다. 우리정부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해 관련행사들을 지원하는 것을 지켜보며, 내년 추석 시즌에는 기빙튜즈데이도 도입해 나와 가족 너머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한층 뜻 깊은 한가위를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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