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의 서비스선택제에 대한 내부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주진형 대표의 불통 경영에 대한 불만도 한동안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선택제는 한화증권의 내홍의 원인이다. 고객의 주식 위탁 계좌를 상담(컨설팅) 계좌와 비상담(다이렉트) 계좌로 나누는 제도다. 컨설팅 계좌는 개별 주식 투자에 대한 상담 서비스를 받는 대신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높다. 다이렉트 계좌는 건당 6,950원의 수수료를 부과해 거래 횟수를 줄여야 유리한 체계다.
주진형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의 지점 주식 영업은 그냥 시장의 흐름을 타고 도박을 하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였다"고 비판하며 "온라인 수수료 수익을 직원의 실적으로 잡는 것은 모순이다. 정률제 온라인 수수료도 불합리하고 남용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이다"고 서비스선택제 도입 취지를 설명했었다.
하지만 시행 전부터 서비스선택제에 대한 사내 불만은 계속됐다. 반대하는 직원들은 고객 이탈과 영업 기반 훼손, 컨설팅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지점 직원 보상책 등의 문제를 들었다. 고객 이탈과 영업 기반 훼손도 우려됐다. 소액투자자의 부담 증가로 주 대표가 주장한 '고객 보호'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리테일본부를 중심으로 한 임직원들은 사상 초유의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달 중순에는 제도 유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린 데 이어 성명서 발표와 대표실 항의 방문 등을 진행한 것이다.
하지만 주 대표는 오히려 서비스 선택제를 강행했다. 추석 연휴에는 사내 인터넷망과 직원 이메일 계정을 차단해 직원들 간 소통을 막았다. 심지어는 집단행동을 주도한 임직원 4명에게 자택 대기 발령을 내리고 매 시간 집 전화로 보고를 하도록 해 인권침해 논란도 일었다. 관련 보도 이후에는 인사팀을 추궁하고 인사지원담당 상무와 인재관리팀장에 전보 발령을 내기도 했다.
시행 4영업일이 지난 현재, 아직 서비스선택제에 대한 평가는 사측과 임직원 모두 변한 것이 없다.
사측은 제도 도입에 따른 고객 이탈이나 혼란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주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행 첫날 "별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며 "비교적 큰 프로젝트였는데 아무런 시스템상의 문제 없이 전환된 것은 한국에서 드문 일"이라고 자평했다. 6일에는 "모 증권사에서 우리의 서비스 선택제를 배워 자기들도 실시하고 싶다면서 직원들을 보내왔다고 한다"고 알렸고 7일에는 "서비스 선택제가 예상보다도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우수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서비스선택제에 반대한 임직원들은 정반대의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부산에서 한 고객이 서비스 선택제 시행을 비롯한 잦은 제도 변경에 불만을 호소하며 40억원대 자산을 다른 증권사로 옮기는 등 고객 이탈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콜센터로도 고객 항의 전화가 줄을 잇다고 밝혔다. 게다가 주 대표가 고객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허들 수수료'(1일 약정수수료)를 만들고 지점장 재량으로도 수수료를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서비스 선택제도 유명무실해졌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한화투자증권이 자사 고객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3분기 순수추천고객지수(NPS)는 -13.5를 기록해 작년 하반기(-11.6) 수준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한화투자증권의 서비스를 타인에게 추천하겠다는 의사를 가진 고객이 줄었다는 얘기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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