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10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 도심 앙카라 기차역 광장에서 벌어진 86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상 최악의 테러로 슬픔과 분노에 휩싸였다. 이번 테러는 유혈사태를 중단하고 평화를 되찾자고 목소리를 높인 민간인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터키인들은 비통에 빠졌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는 이날 긴급 안보회의를 마치고 이번 테러는 터키 역사상 가장 고통스러운 사건이라며 극악무도한 공격을 비난한다고 밝혔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또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사흘 동안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극악무도한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비난한다"는 성명을 내는 등 터키 우방과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졌다. 최근 터키 영공침범으로 충돌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위로의 전문을 보냈다.
이번 테러의 표적이 된 쿠르드계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 계정의 당기를 검은색으로 바꿔 조의를 표했다. HDP는 이날 폭탄 2개가 터진 곳은 시위대 가운데 HDP 지지자들이 모였던 곳이라며 HDP를 겨냥한 테러라고 주장했다.
터키 주요 도시에서는 토요일 오전에 전해진 참사 소식에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테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테러 현장에 남았던 일부 시위대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의개발당(AKP) 정부의 책임이라고 비난했으며, 일부는 테러가 아닌 경찰의 진압에 부상했다.
HDP는 이날 테러 직후 구급차보다 진압경찰이 먼저 현장에 도착해 부상자를 옮기려는 사람들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의 도심 탁심광장 인근에서도 수백명이 모여 "에르도안 사퇴", "살인자 AKP" 등의 구호를 외쳤다.
쿠르드족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도시인 동부 디야르바크르에서는 이날 낮부터 청년들이 거리로 나와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SNS에서는 테러 현장 사진과 영상 등을 공유하며 테러를 비난하고 조의를 표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터키 정부는 이런 사진과 영상이 공포감을 조성한다며 보도를 금지하고 SNS의 게시물 접속을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의 접속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앙카라에 거주하는 시민 메흐메트 셰네르 씨는 "총선이 3주 남은 지금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이 수상하지만 터키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은 테러가 일어나 슬프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두 달 전엔 수르츠에서 대학생들이 많이 죽었고, 동부에서는 오늘도 (쿠르드족 반군인) 'PKK'(쿠르드노동자당)와 군인들이 싸워 여러명이 죽었는데, 이 나라에 더는 폭력으로 피를 흘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터키 남부 수루츠에서는 지난 7월 20일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조직원으로 알려진 터키인의 자폭테러로 대학생 등 33명이 숨졌으며, 이 테러 직후 PKK와 터키군 간 전쟁이 재개돼 동부 지역에서 연일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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