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취소처분에 해당 학교 혼란
계속된 고통에 자살 생각한 학생도
서울 사립대의 한 교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새벽 점호’를 시키는 등 학생들을 괴롭히다가 해임됐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하지만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해당 교수에 대한 해임 취소 처분을 내려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9일 서울여대와 해당 학과 학생회에 따르면 학과장 출신 A 교수는 지난해 8월부터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 지도를 해 주겠다’며 직접 개설한 카카오톡 단체방에 가입시켰다. 그는 최대 20명이 참여하는 대화방을 개설한 뒤 ‘자기 계발’을 하라며 오전 1시11분, 2시22분, 3시33분마다 점호를 시켰다. 학생들은 깨어 있다는 의미로 ‘111’ ‘222’ ‘333’이라는 메시지를 남겨야 했다. 오전 7시에는 ‘좋은 아침입니다’라는 기상 보고도 했다.
A 교수는 보고가 늦은 학생에게는 “그렇게 느려 터져서 취업을 할 수 있겠냐”고 폭언했다. 또 “날씨가 좋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내고 답변을 하지 않은 학생에겐 “교수가 말을 하는데 확인도 안 하냐”고 질책했다. 한 학생은 “이성친구가 있는 수강생에게는 ‘연애하면서 어떻게 취업하려고 하느냐’며 헤어지라는 말을 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A교수는 2009년에도 ▦교재 구입 강요 ▦성적 불쾌감 유발 ▦수강 강요 및 강의평가 압력 등으로 이사회에서 징계 처분을 받았었다. 결국 학교 측은 A교수가 학생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해 올해 6월 이사회를 열어 해임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해임 처분에 불복해 A 교수가 낸 재심 요구를 교원소청심사위가 수용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소청심사위는 지난달 학교 측의 징계 수위가 높다며 A 교수에 대한 해임 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다. 한 수강생은 “A 교수로부터 끊임 없이 고통을 받아 자살을 생각한 학생도 있다”며 “해임 취소 소식에 학생들이 공포에 빠졌다”고 말했다. 과 학생회는 A 교수의 복귀를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SNS에 게재하고 학생들로부터 탄원서를 받고 있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소청심사 위원회에서도 혐의를 인정했는데 해임처분이 과하다며 취소판정을 내려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본보는 A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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