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참으로 많이도 사고 많이도 버린다. 먹은 것보다 버리는 게 더 많은 음식물 쓰레기에 생수병, 맥주캔, 우유팩, 다 쓴 샴푸통, 과일·채소·온갖 잡동사니를 담아 나른 비닐봉지들, 라면봉지, 세탁소 비닐 덮개, 택배 상자, 스티로폼 충전재, 포장 끈, 철 지난 잡지와 우편물들, 광고 전단지…. 배불뚝이 봉지들을 양손에 주렁주렁 들고 나선다. 지난 일주일의 내 삶이 이 쓰레기 봉지들에 담겨 있다.
태평양 한복판에 남한 면적의 열 배가 훌쩍 넘는 쓰레기 섬이 있단다. 인류가 만들어낸 혁신적인 화학물질, 싸고 가볍고 색상도 모양도 다양하고 물에 젖지도 않고 썩지도 않기에 우리 삶 구석구석에 파고든 플라스틱. 그래서 쉽게 쓰고 쉽게 버린 플라스틱 제품들이 바다로 흘러들어 물결을 타고 떠돌다가 북태평양 환류 해역에 모여 거대한 섬을 이룬 것이다.
“나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에 살고 있어요. 내가 사는 섬은 알록달록한 것들로 가득 차 있어요.”
이명애의 그림책 ‘플라스틱 섬’은 그 쓰레기 섬에 사는 바닷새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고층건물들이 빈틈없이 들어찬 도시, 제 몸의 몇 배나 되는 물건을 싣고 바삐 오가는 자동차들, 저마다 한 아름씩 물건을 들고, 안고, 옮기는 수많은 사람들, 쉴 줄도 지칠 줄도 모르는 소비와 욕망의 돌림노래. 이윽고 가라앉은 먹빛 그림 속에 점점이 흩어져 있던 유혹적인 색감의 “알록달록한 것”들이 강을 따라, 태풍과 해일을 따라 푸른 바다로 흘러간다.
수묵을 기반으로 한 그림은 의아할 정도로 아름답고 섬세하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리다. 바다 위에 불쑥 솟아오른 알록달록한 것들의 섬, 이 기이하고 낯선 것을 바닷새와 바다 동물들은 받아들이려고 애쓴다.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물고, 쓰고, 덮고, 먹어도” 보면서. 그리하여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박혀 숨을 못 쉬고, 노끈에 뒤엉켜 목이 졸리고, 잘게 쪼개진 플라스틱을 잔뜩 삼켜 목숨을 잃는 것이다.
작가는 날선 꾸짖음이나 신랄한 비판 대신 서글픔과 연민이 뒤섞인 관조적인 태도로 이것이 우리의 삶, 우리가 살아온 시간이라고 말한다. 옛사람들이 남긴 조개무지처럼 태평양을 떠도는 저 거대한 플라스틱 섬은 우리 삶의 증거다. 쓰레기더미 위에 앉아 있는 바닷새,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초상인 것이다.
최정선ㆍ어린이책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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