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재판부, 징역 17년으로 감형
변호인 "반국가단체와 무관… 항소"
‘정권은 군(軍)이 아닌 민간에 있어야 한다’며 5ㆍ16 군사정변 이후 박정희 정권 전복을 위해 나섰다가 사형선고를 받은 고 원충연 대령이 재심서도 명예를 회복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유남근)는 원 대령의 아들 원모(56)씨가 낸 재심 사건에서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 군형법상 반란음모 등 혐의로 기소된 원 대령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원 대령은 ‘2년 안에 민간에 정권을 이양하고 군대로 돌아가겠다’는 박 전 대통령의 약속을 믿고 1961년 5ㆍ16 군사정변에 가담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1963년 대선에 출마해 스스로 대통령이 되자, 동료들과 무력으로 정권을 전복시켜 민간에 이양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계획이 발각되면서 1965년 5월 ‘반혁명사건’의 주동 인물로 기소된 원 대령은 사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감형돼 복역 중이던 1981년 대통령 특사로 풀려난 원 대령은 수사과정에서 당한 고문 후유증인 하반신 마비로 고통 받다 2004년 사망했다.
10년 뒤인 2014년 유족들은 재심을 청구하고 “원 대령의 행위는 반민주 세력인 군사정권을 바로 잡아 진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권전복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아 실질적 위험성이 없는 만큼 반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반민주적 세력을 바로잡으려는 의도였다 해도 헌법상 허용된 민주적 절차가 아닌 군 병력을 동원하는 방법으로 이루고자 했다면, 그 역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반민주 세력에 의한 쿠데타에 지나지 않는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군 병력을 동원해 정부 요인을 체포하고 박정희 대통령 하야와 국회 해산까지 추진하는 등 계획이 실현됐을 경우, 대한민국의 기본 질서가 파괴됐을 것”이라며 “자칫 무력 충돌로 이어졌다면 무고한 국민의 상당수가 위험에 처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다만 “원 대령이 이 사건으로 영장 없이 육군 방첩부대에 불법 체포돼 상당 기간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며 이와 관련된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하고 감형했다.
피고인 측 변호를 맡은 송진호 변호사는 본보와 통화에서 “국보법상 반국가단체라면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목표로 해야 하지만, 원 대령의 경우는 이와 무관하다”며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부가 복역기간만큼으로 감형해 징역 17년을 선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는 1969년 감형됐을 때의 징역15년보다 오히려 높다”고 지적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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