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50)가 방문해 불씨를 다시 지폈다. 소피 마르소는 영화제의 월드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된 영화 ‘제일버드’(jailbirds)의 주인공으로 9일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났다.
35년 전 영화 ‘라붐’(1980)으로 데뷔해 프랑스뿐만 아니라 국내 팬들에게 시대의 아이콘이자 ‘책받침 여신’으로 통하는 그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환호해주셔서 항상 감동받고 있다”며 “그간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기에 계속 이렇게 행복했으면 한다”고 내한 소감을 밝혔다.
소피 마르소는 ‘라붐’에 이어 ‘유 콜 잇 러브’(1998) ‘브레이브 하트’(1995) ‘안나 카레니나’(1997) ‘007언리미티드’(1999) 등에 출연해 화려한 외모로 전 세계 팬들을 사로 잡았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는 화려함을 버리고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끌 예정이다. 영화는 남편 대신 감옥에 들어간 마틸드(소피 마르소)가 스스로의 힘으로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소피 마르소는 교도소 안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탄압 등에 맞서 생존하는 한편 남편의 비밀을 밝혀내는 강인한 여자의 모습을 선보인다.
“이 영화는 30대 여감독인 오드리 에스트루고가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았어요. 인간을 특별하게 담아내는 시선이 너무 좋아서 출연을 결정했죠.”
‘제일버드’는 소피 마르소가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 영화제 기간 상영관 전석이 매진됐다. 부산영화제를 처음 방문하는 그는 “아시아 최고의 영화 시장이며 성공한 영화제”라며 “관객들이 세계의 모든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데 내가 출연한 영화도 소개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와 감독에 대한 관심도 잊지 않았다. 최근에 “환상적인 영화를 봤다”는 그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을 꼽으며 “대단한 명작”이라고 치켜세웠다. 심지어 “만약 무인도에 영화 10편을 들고 갈 수 있다면 분명 ‘취화선’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또한 “눈여겨 볼 만한 한국의 젊은 감독”으로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을 꼽았다.
그간 5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해 온 소피 마르소는 ‘사랑한다 말해줘’(2002) ‘트리비알’(2007) 등 두 편의 영화를 연출하며 영화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현재 시나리오도 쓰고 있다. “내 방식대로 표현하고 보여주고 싶어서 감독이 더 끌리긴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도 포기할 수 없죠. 만약 감독으로서 다음 작품을 한다면 코미디와 액션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부산=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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