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혼선, 경제 불확실성 커져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물가에 고민하고 있다. 돈을 풀고 있는 쪽(유로존, 일본)과 돈줄을 죄려는 쪽(미국, 영국) 모두 연 2% 목표에 한참 못 미치는 물가상승률 때문에 통화정책이 혼선을 빚으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지는 형국이다.
이들 국가의 저물가 고민은 8일(현지시간) 공개된 각국 중앙은행 통화정책 회의록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선 위원들이 “국내외 경제상황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려는)위원회의 기존 입장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물가가 기대에 못 미칠 우려가 있어 추가 지표가 확인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상을 미뤘다. 영국 영란은행 역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달 회의에서 “물가상승률이 내년 봄까지 1%를 밑돌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유럽중앙은행(EBC) 역시 지난달 회의에서 “유가 하락과 유로화 강세 탓에 물가상승률이 당초 전망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7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양적완화(채권매입을 통한 유동성 확장) 규모 유지를 결정한 일본을 포함, 이들 국가의 최근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0~0.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가 하락이라는 공통 요인에 환율 상승, 내수 부진 등 개별국가 사정이 겹친 탓인데, 이러한 저물가 상황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 전망이다. 남경옥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겨울철 난방 등 원유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증산정책, 이란 원유수출 제재 해제 등으로 공급과잉 상태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화하면서 선진국 통화정책 향방 역시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다. 기준금리를 올려 긴축에 나서려던 미국과 영국은 생산, 고용 등 양호하던 지표마저 흔들리고 있다. 금리 인상을 미루는 사이 중국 및 신흥국 경기 불안이 깊어진 탓이다. 유로존과 일본은 양적완화가 기대만큼의 부양 효과를 내지 못하자 추가 완화 카드를 만지작대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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