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아프니까 청춘’이라 했다.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는 옛말도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힘들고 부당한 현실을 견뎌야 할까. 만약 아픔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면, 노동에 시달려도 어떤 성취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젊은이들에게 어떤 위로를 해야 할까. ‘청춘일기’는 88만원세대의 힘겨운 현실을 묵묵히 듣고 기록하며 그들 옆에 있는 것으로 위안을 주려 한다.
책은 우리나라 20대 청년들이 현재 겪고 있는 쓰디쓴 삶을 담고 있다. 아끼고 쥐어짜도 아르바이트로는 면할 수 없는 적자인생, 채무상환에 시달리며 젊은 나이에 이미 삶을 저당 잡힌 사연, 정규직의 희망조차 품기 힘든 비정규직의 설움, 어떤 노력으로도 받을 수 없었던 체불 임금 등 20개 사연이 소개된다. 각 사연의 앞부분에는 자신의 몸을 불살라 개발시대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고발했던 전태일의 일기를 실었다. 40~50년 전 젊은이의 삶이나 지금 청춘의 삶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저자는 지난 6월 37세에 정의당 대표 선거에 출마해 화제를 모았고 지금은 정의당 정책연구소 미래정치센터 소장이다. 저자는 청년세대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요란한 정치적 구호보다 장기적인 준비를 제안한다. “차분하게 작은 성과를 만들어내며 실력과 지지를 쌓아가는 싸움”을 하자고 말한다. “3회말 7:0으로 지고 있는데 큰 스윙을 반복하며 홈런을 노리는 것”보다 “최대한 많이 출루하고 주자를 쌓아서… 한두 점씩 차근차근 추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롱릴리프(야구에서 일찍 물러난 선발투수를 대신해 오래 던지는 구원투수) 역할을 자임할 세대와 한 점씩 추격의 발판을 만들어갈 미래세대 간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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