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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출판사 첫 책] (18) 왼손에는 사기, 오른손에는 삼국지를 들어라 (2009)

입력
2015.10.0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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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저자 내세우기보다

한번에 中 고전 두 권 읽기

승부수 띄워 예상 밖 성공

도서출판 더숲 · 신선영 주간
도서출판 더숲 · 신선영 주간

‘첫’이라는 글자는 모양에서나 소리에서 어떤 긴장감이 느껴진다. 흔들리지 않고 바로서기 위해 다리로 버티고 있는 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가 하면, 곧이어 뱉을 다음 소리를 위해 짧은 순간 날숨을 멈추게 한다. 출판사의 첫 책 역시 이러한 ‘첫’이 주는 긴장과 집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 출판사의 첫 책인 ‘왼손에는 사기, 오른손에는 삼국지를 들어라’는 다행히 출간 즉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사랑으로 이어져 곧바로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은 우리 회사가 첫 책으로 준비하던 책이 아니다. 진짜 첫 책은 따로 있었다. 하지만 첫 책이 주는 긴장과 기대 때문에 진짜 첫 책의 계획은 무산됐고, 동시에 진행하던 이 책이 ‘더숲의 첫 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왼손에는 사기, 오른손에는 삼국지를 들어라’는 사람에 관한 역사서 ‘사기’와 일에 관한 역사서 ‘삼국지’의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인 밍더는 중국 고전 및 전통문화연구 분야의 대표적인 저술가로, 세상의 모든 경영에 대한 철학을 담고 있는 두 위대한 고전을 통해 조직의 리더와 경영자에게 성공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저자의 인지도나 영향력은 거의 전무했고, 출판사로서는 당찬 출사표를 던질 수 있는 근거가 미흡하게만 느껴졌다. 결국 우리는 ‘대표적 중국 고전 두 권을 한 권으로 읽는다’라는 콘셉트와 그것을 보여줄 수 있는 제목으로 승부수를 띄우기로 했다. 2,260매나 되는 원고매수가 자칫 거부감을 일으킬까 봐 우려도 되었지만, 제목과 내용에 맞춰 책의 형태를 편집하고 디자인함으로써 결국에는 제목?콘셉트?디자인이 한데 어우러지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출판 본연의 자세로 임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당시로서는 그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

출간 후 크고 작은 언론의 주목을 시작으로 독자들로부터 예상치 못한 커다란 사랑을 받았다. 단 한 권으로 지금의 더숲조차 꿈도 못 꾸는 주문을 받았고, 무명의 출판사를 서점가에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의 제목과 비슷한 책들이 뒤이어 출간되는 것을 보고 우리의 ‘첫 책’이 성공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물론 첫 책이 출간된 2009년 7월부터 지금까지 첫 책과 같은 성공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다. 좌절과 실패의 긴 터널도 지나야 했고, 짧지만 기쁨과 감사에 넘쳤던 작은 성공들도 있었다. ‘첫’의 성공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절감했다. 자신감을 안겨주지만 그것으로 인해 더 큰 좌절을 맛보고 포기를 앞당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어디를 향해, 어떻게 가고 있느냐일 것이다. ‘왼손에는 사기, 오른손에는 삼국지를 들어라’가 출간된 지 6년이 지난 지금, 더숲은 첫 책과는 다른 방향의 책들을 출간하고 있고, 독자들로부터 또 다른 방식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매 순간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을 확인하면서 한발한발 나아가고 있다. 처음은 그저 시작을 알리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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