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한글로 표시한 간판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젊은 사람이 많이 모이고 번화한 거리일수록 한글 간판을 찾아보기 더욱 힘들다.
간판은 사람들이 통행하는 장소에서 눈에 잘 뜨이게 걸거나 붙이는 것으로서 ‘옥외 광고물’의 한 종류이다. 그런데 간판은 ‘옥외 광고물 등 관리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라, 원칙적으로 한글로 표시해야 하며 로마자(영문 알파벳)와 같은 외국 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한글과 병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거리에서 한글로 표시한 간판이 줄어들고 로마자로만 표시한 간판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형 할인점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은 각각 ‘emart’, ‘Lotte Mart’, ‘Home plus’ 등으로, 영화관 체인점 시지브이,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은 각각 ‘CGV’, ‘Lotte Cinema’, ‘Megabox’ 등으로,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 커피빈, 엔젤리너스, 카페베네 등은 각각 ‘Starbucks’, ‘The Coffee Bean’, ‘Angel-in-us’, ‘Caffe bene’ 등으로 표시하고 있다. 그 밖의 간판도 이와 사정이 다르지 않다. 간판에서 한글 표기 기피 현상이 있는 게 아닌가 할 정도이다. 이제 드문드문 눈에 띄는 한글 간판에서 반가움과 안쓰러움마저 느끼게 된다.
한글은 우리에게 한국인임을 확인시켜 주는, 아주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우리는 한글을 더욱 발전시켜 다음 세대에 계승해 줄 책무를 지고 있다. 오늘은 한글날이다. 세종 대왕의 한글 창제 및 반포를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는 날이다. 한글날을 맞아 이러한 한글 사용 실태를 한번쯤 돌이켜 봤으면 좋겠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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