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주요부분
2015 노벨문학상 수상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그네들은 많이 울었다. 소리도 질렀다. 내가 떠나고 나면 그네들은 심장약을 먹었다. ‘구급차’가 왔다. 그럼에도 그들은 나에게 와달라고 부탁했다. “와요. 꼭 다시 와야 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침묵하고 살았어. 40년이나 아무 말도 못하고 살았어….”
“난 당신에게 딱한 마음이 들어. 내 이야기가 어떤 건지 나는 아니까…. 정말 그걸 알아야겠어? 딸같이 생각돼서 물어보는 거야….”
“부상병이 자기를 놔두고 가라며 애원했어요. ‘나를 두고 가요, 누이… 그냥 두고 가요… 어차피 나는 죽을 거니까…’ 보니까, 배가 거의 다 파열돼서는… 내장이 다 쏟아져나왔는데… 부상병이 직접 그것들을 주워 모아 다시 자기 배 안으로 밀어넣었어요….”
“폭격은 밤에야 끝이 났어.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눈이 내렸지. 우리 병사들 주검 위로 하얗게… 많은 시신들이 팔을 위로 뻗고 있었어… 하늘을 향해… 행복이 뭐냐고 한번 물어봐주겠어? 행복… 그건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 기적처럼 산 사람을 발견하는 일이야….”
“한밤중에 잠에서 깨곤 해… 누군가 옆에서… 울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여전히 전쟁터에 있어…”
“이른 아침에 엄마가 나를 깨우더라고. ‘딸아, 네 짐은 내가 싸놨다. 집에서 나가주렴… 제발 떠나… 너한텐 아직 어린 여동생이 둘이나 있잖아. 네 동생들을 누가 며느리로 데려가겠니? 네가 4년이나 전쟁터에서 남자들이랑 있었던 걸 온 마을이 다 아는데…’ 내 영혼을 위로할 생각은 마.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내가 받은 포상에 대해서만 써….”
“너무 어린 나이에 전쟁터로 갔어. 얼마나 어렸으면 전쟁 중에 키가 다 자랐을까.”
“트럭을 타고 가다보면 사람들이 죽어 누워 있는 게 보였어. 짧게 깎은 머리가 파르스름한 게 꼭 햇빛에 돋아난 감자싹 같았지. 그렇게 감자처럼 사방에 흩어져 있었어… 도망치다 넘어진 모습 그대로 갈아엎은 들판에 죽어 누워 있었어… 꼭 감자처럼….”
“잘린 팔과 다리… 얼마나 많이 봤는지 몰라. 어딘가에 몸이 성한 남자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지. 세상의 모든 남자는 부상을 입었거나 전사하거나, 둘 중 하나인 것만 같았어….”
“나는 전쟁을 회상할 필요가 없어요. 지금도 내 모든 삶이 전쟁 중이니까….”
“우리가 왜 그랬는지 굳이 따져볼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그냥 그런 사람들이었을 뿐이야.”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문학동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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