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빚독촉 스트레스를 받자 자신이 탄 택시의 운전기사를 별다른 이유 없이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29)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이씨는 농기계 수리점을 운영하다 진 빚 7,000만원 독촉에 시달리자 2014년 7월 경북 구미에서 흉기를 갖고 택시를 탄 뒤 택시기사를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숨진 택시기사를 낙동강변으로 싣고 가 풀숲에 버리고 피해자가 갖고 있던 현금 10만원과 신용카드 등을 훔치고, 택시의 블랙박스를 떼어낸 뒤 돌아다닌 혐의도 받았다.
1심은 “미리 흉기를 준비해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2심은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한다”며 징역 17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이와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해 알 수 있는 이 사건 각 범행의 경위, 범행 수법, 범행을 전후한 피고인의 행동,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검토해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의 나이, 성행, 지능과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경과, 전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징역 17년의 형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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