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출신 모타ㆍ중국인 지하신
'세종학당 말하기 대회'에서 우승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아리랑국제방송에서 열린 ‘2015 세종학당 말하기 대회’의 초급 부문 우승자는 브라질에서 건너 온 크리스 모타(24)씨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처음 아시아 남미 유럽 등 44개국 88개 세종학당에서 진행한 한국어 말하기 예선대회에는 1,077명이 참가해 83대 1의 경쟁률을 보일 만큼 호응이 뜨거웠다. 모타씨는 각 학당에서 1위를 차지한 우승자 중 심사를 거쳐 선발된 13명의 본선 경쟁자를 제치고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는 이날 ‘조상님을 공경하는 나라, 한국’을 주제로 연설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민자들이 모여 국가를 이뤄 선대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브라질과 달리 명절 때마다 선조의 발자취를 추억하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부각한 점이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아요.”
모타를 한국어에 빠지게 한 사람은 한국 드라마 마니아인 여동생이다. 브라질에서는 몇 해 전부터 케이 팝(K-POP)을 중심으로 한류 바람이 거세지더니 급기야 지난달 말 지상파 방송에서 최초로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기 시작했다. 그는 “클럽에서 ‘케이 팝 파티’가 따로 열릴 만큼 한국 문화의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전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2013년 가을학기부터 1년간 교환학생으로 성균관대를 찾았다.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며 치맥을 즐기고 드라마 속에서만 보던 명소도 방문했다. 친구 소개로 만난 한국인 남자친구는 최고의 선생님이 됐다. 한글은 포르투갈어와 달리 높임말이 있고 어순이 달라 배우기 까다로웠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가르쳐 준 남자친구 덕에 실력도 껑충 뛰었고, 브라질로 돌아가서는 ‘한국 드라마 속에 나타난 남녀의 성역할’을 주제로 학부 논문을 쓰기도 했다. 모타는 “한국 리얼리티 쇼를 보면 재미있는 자막이 많이 나오는데 한국어 실력을 더 쌓아 다채로운 TV 프로그램들을 브라질에 소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구 반대편 남미 출신 참가자가 중화권이나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이 독식하던 한국어 대회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한류의 저변이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비단 드라마나 케이 팝 같은 전형적인 한류 콘텐츠만이 한국어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니다. 이번 대회 중급 부문 우승자인 중국인 왕 지하신(19)씨를 한국어의 세계로 이끈 건 한국인 친구들이 소개한 KBS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였다. 지하신씨는 이후 이 프로그램을 모두 섭렵할 정도로 빠졌고, 출연자인 개그맨 신보라를 동경해 ‘롤 모델’로 삼기로 했다. 현재 캐나다 워털루대에서 수학을 전공하는 지아신씨는 이날 ‘한국의 만능 엔터테이너를 꿈꾼다’는 내용을 주제로 연설을 하고 말미에 인기 트로트곡 ‘사랑의 배터리’를 멋지게 소화해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하신씨는 “아직도 ‘행복해요’를 ‘햄볶해요’로 발음할 만큼 한국어는 여전히 어려운 도전과제”라면서도 “신보라 언니처럼 한국어로 개그를 할 수 있을 때까지 한국어 학습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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