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역대 최악의 졸속ㆍ부실 국감’이라는 혹평 속에 사실상 막을 내렸다. 시작 당시의 의욕은 좋았다. 피감기관은 지난해보다 107개나 늘어난 609개로 역대 최대 규모에 달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민생국감’을,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4생 국감’(안전민생, 경제회생, 노사상생, 민족공생)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러나 여야 할 것 없이 공천권을 둘러싼 당내 갈등과 선거구 획정 논란 등 밥그릇 싸움에 정신이 팔려 애초부터 국감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런 사정을 감안한다 해도 정부 및 산하기관의 감시와 견제라는 국정감사 본연의 역할은 너무 미미했다. 국감 무용론 내지 폐지론이 또 제기되는 건 당연하다. 피감기관의 자료제출 기피 등 비협조도 문제지만, 제한된 시간 내에 몰아치듯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현행 방식은 실효성이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 하루에 5개 이상 기관을 감사해야 하는 상임위원회가 수두룩했고 특히 미방위,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등은 20개가 넘는 기관을 감사한 날도 있었다. 감사가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상당수 피감기관장들은 종일 대기하다가 질문 하나 못 받고 돌아갔다.
상시국감 체제로 전환하거나 평상시 정책질의 등을 통해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감시ㆍ 견제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연례행사로 몰아치듯이 전 부처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 평소에도 언제든지 국감 수준의 정책질의가 가능하도록 하면 지금처럼 온 나라를 뒤흔들어 놓는 소동을 피하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이뤄질 수 있다.
굳이 국정감사 형식을 유지한다면 국감 안건과 피감기관의 범위를 미리 정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루에 다룰 수 있는 감사안건 및 피감기관 수를 정해 놓으면 시간에 쫓겨 감사가 부실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기관장을 불러내지 않고도 서면질의 등을 통해 감사를 진행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도 증인채택을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국감자체가 파행하는 일이 어김없이 재연됐다. 어렵게 증인을 불러다 놓고는 정작 실효성 있는 질의를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우가 그랬다. 새누리당측은 무분별한 증인채택 남발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증인채택 실명제 도입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꼭 필요한 증인의 채택을 기피하는 사례도 있는 만큼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증인을 불러놓고 근거를 가지고 추궁하지는 못하고 호통치거나 망신을 주는 구태와도 결별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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