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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독재자 도우려는 러시아 속셈 노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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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독재자 도우려는 러시아 속셈 노골화

입력
2015.10.0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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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이들리브 남부 교외의 마아스란 마을이 7일 러시아의 공습을 받은 가운데 시민들이 부서진 건물 잔해더미에서 생존자및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이들리브=로이터 연합뉴스
/시리아 이들리브 남부 교외의 마아스란 마을이 7일 러시아의 공습을 받은 가운데 시민들이 부서진 건물 잔해더미에서 생존자및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이들리브=로이터 연합뉴스

궁지에 몰린 시리아 아사드 독재정권을 구하려는 러시아의 속셈이 점차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 공군은 지난달 30일 공습을 개시한 이후 러시아 군은 인근 바다 군함에서 순항미사일까지 동원하며 시리아 전역에서 연일 파상공격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가 이슬람 극단주의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발표와 달리 공습 지역의 90% 이상은 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반군 근거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테르팍스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7일(현지시간) 러시아 남서부의 내해인 카스피해에 배치된 함정 4척에서 순항미사일 26발을 발사해 1,500㎞ 떨어진 시리아 지역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시리아 내 IS 기지를 정밀타격 한 것”이라며 “11개 목표물이 모두 파괴됐고 민간인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이날 발표와 달리 시리아 내 IS의 피해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순항미사일이 반군세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외신들은 현지소식통을 인용해 “IS가 밀집돼 있는 시리아 동부와 북부 지역에서 큰 폭발이 있었다는 보고가 없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시리아 정부군이 이날 하마와 이들리브 등 반군 거점지역을 향해 진격한 것을 지적하면서 “러시아의 순항미사일 공격은 반군을 겨냥한 시리아 정부군의 지상공격을 위한 배후지원”이라며 “러시아와 시리아가 육해공 합동 작전을 벌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도 이날 러시아의 공습이 반군을 겨냥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가 지금까지 벌인 시리아 공습의 90% 이상은 알아사드 정권에 저항하는 온건 반군 세력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커비 대변인은 “러시아가 순항미사일을 쏘든 공중에서 폭격을 하든 결과는 같다”며 “모두 알아사드 정권을 돕기 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러시아가 알아사드 정권을 도우려는 움직임을 본격화면서 시리아 내전이 러시아와 미국 간 대리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미국 정부는 알아사드 정권에 저항하고 있는 온건 반군을 수년째 지원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 군의 이날 합동공격에서도 반군은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지원받은 신형 토우 대전차미사일을 사용해 맞섰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반군 공습을 막기 위해 시리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시리아 상공에서 작전활동을 펼치던 미국과 러시아 전투기 간에 충돌할 뻔 했던 일이 한 차례 있었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F-16 미 전투기 2대의 작전활동을 긴급히 중단시키고 항로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미러 양국은 지난달 30일 군사회담을 열고 양측 공군의 우발적 충돌사태를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 없이 끝났다.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8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국방장관 회의를 열고 러시아의 시리아 군사개입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젠스 스톨텐버그 나토 사무총장은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는 시리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특히 시리아 공습을 위해 러시아 공군이 터키 영공을 침범하는 것은 나토 동맹국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현우기자=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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