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미충원률 33% 달해
식품가공업·화학관련업 등 뒤이어
서울에 있는 한 대기업 택배회사 지점장으로 근무 중인 김모(45)씨의 가장 큰 고민은 택배 기사를 구하는 일이다. 담당 지역을 배달하는 기사는 모두 190여명인데 이직률은 높고 구직자는 적은 탓이다. 김 지점장은 최근 ‘추가 수수료’를 주는 조건으로 8명을 간신히 고용했다. 택배 물품을 배달하면 건당 평균 700~800원의 수수료를 주는데 여기에 300~800원을 더 제공하는 식이다. 구인난이 심할 때는 40명 가까이가 추가 수수료를 받는 직원이었다. 택배 기사 대다수는 오전 6시에 나와 자정이 될 때까지 배달을 할 정도로 근무 강도가 강하다. 일부 고객들은 기사를 하대하며 부당한 요구를 하는 등 고충이 적지 않아 신입 기사의 절반 가까이는 6개월 내에 퇴사하는 실정이다. 김씨는 “대다수 택배회사들이 기사 10명중 4명을 제 때 구하지 못해 ‘모셔오기’ 경쟁을 벌인다”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 정부가 산업 직종별 노동력 수급을 조사한 결과 채용 수요가 있지만 근로조건 등을 이유로 취직을 기피해 구인난이 가장 심각했던 곳은 운송업에 종사하는 운전 기사들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직종별 인력수급불일치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산업 중에서 미충원율(채용 실패 인원을 희망 구인인원으로 나눈 비율)이 가장 높은 직종은 ‘운전 및 운송관련업’으로, 33.0%에 달했다. 택배나 택시ㆍ버스 등 운송회사들이 채용 목표인원 10명 중 3명은 구하지 못해 발을 굴렀다는 의미다. 이어 식품공장에서 일하는 ‘식품가공관련업’이 26.4%로 뒤를 이었고, 화학약품을 취급하는 ‘화학관련업(22.8%)’, 산업 재료를 다루는 ‘재료관련업(21.1%)’,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섬유 및 의복 취급업(20.4%)’ 등의 순이었다. 미충원율 순위는 올해 상반기 고용노동부가 5인 이상 사업장 3만2,000여곳을 조사한 결과를 분석한 것으로 이른바 ‘신종 3D 업종’인 셈이다.
이들 업종이 구인난을 겪는 큰 이유는 근로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사업체가 제시하는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보다 떨어져 구직자들이 기피하는 경우가 전체 37.5%를 차지했다. 회사가 요구하는 자격의 구직자를 찾지 못해 채용에 실패한 사례가 26.8%였고, 해당 직종의 구직 인원 자체가 부족한 탓이 21.0%였다.
구인난이 심한 직종들은 운전기사를 제외하고는 공통적으로 제조업 종사자들이었고, 전문성으로 구분했을 때 고졸~전문대졸 학력의 2년 미만 경력자가 필요한 직무가 대다수였다.
공공운수노조 산하 사회공공연구원 이영수 연구원은 “근로조건이 열악해서 이직률이 높고, 그렇다 보니 남아 있는 사람들의 근로조건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영세사업장의 근로감독 강화와, 근로시간 단축 등의 조치를 촉구했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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