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기관이 공급하는 기업 지원자금의 절반 이상이 10년 이상 기업에 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보다 낮은 금리의 대출을 통해 창업 단계 또는 성장 초기의 중소ㆍ벤처기업을 육성한다는 정책금융의 취지와 달리 성숙기에 접어들어 ‘자립’해야 할 업체에 지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8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신보), 기술보증기금(기보), 산업은행(산은), 기업은행(기은) 등 4대 정책금융기관의 정책자금 집행 실적(지난해 말 잔액 기준)을 대상기업 업력(業歷)별로 분석한 결과 신보 보증액의 50.5%, 기보 보증액의 47.8%가 업력 10년 이상 기업에 배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산은과 기은은 이 비중이 더 높아서 대출액의 61.3%와 66.2%가 10년 넘은 기업에 쏠렸다. 반면 창업 5년 미만 기업에 대한 이들 기관의 지원 비중은 14.1~25.5%, 업력 5~10년 기업은 13.6~26.7%에 그쳤다. 연구원은 “정책금융이 기업의 성장단계를 고려해 지원규모가 결정되기보다 검증된 기업을 관성적으로 지원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신보ㆍ기보 보증대상 기업의 25%가량이 10년 이상, 50%가량은 5년 이상 보증을 받으며 지속적으로 저금리 대출 혜택을 보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이러한 장기 혜택은 기업들이 금융적으로 자생하는 데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창업단계 기업의 지원 비중을 현재보다 확대해야 하며 성장단계별 보증재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