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보유 역세권 부지 매각을 놓고 입찰 참가자들에게 무리한 입찰 조건을 내거는 등 ‘갑질’ 횡포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공매 등을 통해 현재 14조원이 넘는 부채를 감축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음에도 추진하는 주요 사업마다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신기남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코레일이 공매 등에 실패해 장기간 방치하고 있는 토지는 용산구 한강로2가 무허가촌, 성북역세권부지, 수색역세권부지, 서울역북부역세권부지 등이다. 모두 2000년 후반부터 공매 등을 시도했지만 지금껏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가령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인근 용산초등학교 뒤편에는 1만57㎡에 이르는 땅이 20년 넘게 방치되면서 무허가 건물들이 난립해 있다. 이에 따라 인근 주민들로부터 “교육, 안전에 좋지 못하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고 용산구청도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코레일에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땅이 쉽게 팔리고 있지 않는 데는 주인인 코레일의 탓이 크다. 코레일과 업계에 따르면 이 토지의 경우 2008년 공매에 나온 이후 7차례나 유찰됐지만 최저입찰가가 떨어지기는커녕 현재는 당시보다 금액이 48%(3.3㎡당 2,700만원ㆍ총823억원 규모)나 올라가 있다. 보통 유찰이 되면 자산관리규정에 따라 최저입찰가를 낮춰 팔 수 있지만 코레일은 입찰을 시도할 때마다 ‘감정평가금액’을 내세워 매번 입찰가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또 무허가 건물주로부터 코레일이 직접 받아야 하는 45억원 규모의 무단사용료도 공매 조건에 포함시키고 있다.
신 의원은 “코레일이 ‘헐값매각’ 비난을 피하기 위해 여러 번의 유찰에도 입찰가를 내리지 않고 있고, 무단사용료 또한 자체 회수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되자 이를 민간에 떠넘기고 있다”며 “이 구역은 장기전세주택도 83가구 짓기로 해 공익 목적도 큰데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인허가가 해제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2조원 규모에 이르는 성북역세권 부지 역시 2007년부터 추진됐지만 사업자를 못 찾고 있고, 비슷한 시기 개발을 추진한 수색역세권도 최근까지도 민간사업자를 공모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코레일 자산 매각 계획은 대부분 성사되지 못했다. 강석호 의원(새누리당)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코레일 부채감축계획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은 지난해 3조1,622억원 규모의 자산매각을 계획했지만 실제 매각액은 고작 1.6%(517억원)에 불과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