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이현아] 여여케미는 어디 갔을까.
동성의 배우가 뛰어난 연기력으로 시너지를 내는 현상을 가리켜 브로맨스(Bromance), 워맨스(Womance)라 부른다.
드라마와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동성케미의 비중이 한쪽으로 과하게 치우쳐 있다. 브로맨스, 즉 남남케미는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반대로 워맨스, 여여케미는 씨가 말랐다. 극장에 내걸린 영화들은 물론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안방극장을 통해 공개되는 드라마, 예능프로그램에서 워맨스를 찾기란 쉽지 않다.
▲ '서부전선' 설경구-여진구
상영 중인 한국 영화의 포스터만 봐도 그렇다. '사도' '탐정:더 비기닝' '서부전선'에는 모두 두 명의 남성이 포스터를 채우고 있다. 6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사도'에는 부자관계를 연기한 송강호와 유아인이 극의 8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탐정:더 비기닝'은 성동일과 권상우가 주거니 받거니 호흡을 맞췄다. '서부전선' 역시 설경구와 여진구가 30여 년의 나이차를 뛰어넘어 연기했다. 천만영화 '베테랑'도 미친 연기력의 유아인을 비롯해 황정민 오달수 유해진 네 명의 남자가 브로맨스의 정석을 보여줬다.
반대로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워맨스는 김혜수와 김고은의 '차이나타운'이 유일하다. '사도'의 송강호는 최근 인터뷰에서 "여성 중심의 영화가 많이 없는게 아쉽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안방극장으로 넘어가면 브로맨스 현상은 더욱 도드라진다. 특히 예능프로그램들의 대다수가 남성 출연진으로 구성돼 있다. KBS2 '우리동네 예체능' '해피투게더3' '인간의 조건-도시농부'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청춘FC 헝그리 일레븐' '해피선데이- 1박2일'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무한도전' '나 혼자 산다' '일밤-진짜 사나이' SBS '뉴 스타킹' '백종원의 3대천왕'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비정상회담' tvN '집밥 백선생' '젠틀맨리그' O tvN '어쩌다 어른' 등에는 남성의 비중이 월등히 높고, 여성 고정출연자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워맨스의 호흡을 보여준 예능프로그램은 MBC '일밤-진짜사나이'의 여군특집 정도다.
드라마 역시 남자 대 남자의 호흡이 더욱 부각돼 있다. 5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월화극 '육룡이 나르샤'는 김명민과 유아인의 연기 경쟁이 드라마 시청 포인트 중 하나다. KBS2 월화극 '발칙하게 고고'나 MBC 수목극 '그녀는 예뻤다'도 드라마의 재미를 심어주는 요소로 브로맨스를 꼽고 있다.
약속이나 한 듯 남남케미가 두드러지는 까닭은 흥행과 관련이 있다. 영화, 드라마의 주소비층은 세대를 불문하고 여성이 높다. 여성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소재와 요소는 워맨스보다 브로맨스에 몰려 있다.
미디어 현상을 연구 중인 안지윤(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대학원)씨는 "드라마 콘텐츠의 경우 여성들이 주시청층이다. 남남케미에 주시청층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 왼쪽부터 '베테랑' 황정민-유아인, '탐정' 권상우-성동일, '사도' 유아인-송강호
드라마 제작사의 한 PD는 "최근 몇년간 여자들의 우정 등을 다룬 작품들의 흥행이 저조한 것도 남남케미의 확산을 부추겼다. 브로맨스가 급부상하고 부차적인 캐릭터를 공급하는 팬층이 많아져 강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콘텐츠를 만드는 작가, 감독 등 제작진은 물론 시청자들이 '워맨스는 재미없다'는 통념을 깰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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