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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나 가지? 요즘 경쟁률 7대 1

입력
2015.10.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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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9세 인구만 37만명인데 군복 새로 입은 사람은 27만명

일부 병과는 경쟁률 48대 1도 기록… 자격증에 봉사점수 따도 될까 말까

취업난·경기침체 피하려 군대로

20·21세 입영비중 3년간 10%p 상승… 장기복무 희망자도 1000여명 늘어

병력 10년간 11만명 감축 계획

정책·인구 변화도 입영난 이유

#1. 장수생의 출현=고모(20)씨는 재수생도, 삼수생도 아닌 무려 11수생이다. ‘이것’은 포기를 하려야 할 수도 없는 것이기에 고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도전에 도전을 거듭했다. 그는 잦은 불합격으로 의기소침했지만 10전 11기 끝에 합격을 했고, 이번 달 드디어 바라던 ‘그곳’에 가게 됐다. 대학의 문턱을 넘은 것도, 고등학교 졸업 후 줄곧 공무원 시험을 친 것도 아니다. 고씨가 합격증을 받아 든 곳은 바로 ‘군(軍)’이다. 그는 넘치는 지원자들 탓에 연거푸 고배를 마셔야 했다. 고씨는 “육군 6번, 공군 3번, 의경 1번 지원을 했던 건 다 떨어졌고 이번에 운전 특기병으로 입대를 한다”며 “올해 초 입대할 생각으로 휴학했는데 8개월 동안 군 입대라는 벽에 가로 막혀 모든 게 꼬였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방에서 올라온 고씨는 올 초부터 기약 없이 입대 준비를 해야 하는 탓에 자취방을 구할 수도, 수백 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들여 학교를 다닐 수도 없었다. 동아리 선배들 집에 얹혀 사는 게 고씨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는 “군에 가겠다는 사람을 계속 떨어뜨리는 것도 이해가 안가고 심적으로 너무 힘이 들었다”고 전했다.

#2. 입대사교육의 등장=입시 유행을 선도해 온 서울 동작구 노량진 입시 학원 일대. 대학만 들어가면 취업은 떼어놓은 당상일 때는 재수생과 편입 준비생이 판을 쳤고, 우리나라 최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힘들게 되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들이 노량진을 점령했다. 지금도 이러한 인파들로 북적 이고는 있지만 최근 이곳에는 신풍속도가 하나 더 생겼다. 입대가 하늘의 ‘군(軍)’따기가 되면서 급하게 스펙을 쌓으려는 청년들로 북적이고 있는 것. 바로 ‘입대고시족’들의 출현이다. 5일 이곳의 한 통ㆍ번역학원에서 만난 이모(21)씨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이씨는 벌써 석 달 째 일주일에 3번 총 9시간을 노량진에서 보내고 있다.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졸업해 영어를 능숙하게 할 줄 알지만 그는 몇 달 전 육군 어학병에 지원해 낙방한 경험이 있다. 당시 경쟁률은 4.5대 1. 이씨는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휴학 중인데, 다음 시험에서는 꼭 붙기 위해서 학원 외 스터디도 일주일에 3번, 하루 4시간씩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원에 다니고 있는 또 다른 어학병 지원생 정모(20)씨는 “지난달부터 월 36만원을 내고 학원에 다니고 있다”며 “이것만으로는 불안해 헌혈 2번, 봉사시간 20시간을 해서 총 4점의 가산점을 받아놨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컴퓨터 관련 보직을 원하는 지원생을 위한 학원도 자리하고 있다. 이 학원 관계자는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배우면 1년 정도 걸리고 연 400만~450만원의 비용이 들 정도로 비싸지만 수강생은 월 평균 3,000명 정도 된다”며 “강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서울에만 지점이 1개에서 4개로 늘었다”고 말했다.

요즘 청춘들에게 입대는 하늘에 ‘군’따기로 통한다. 누군가 입영 신청을 취소해야만 나오는 ‘공석 신청’은 합격이 곧 ‘로또 당첨’으로 여겨진다. 남보다 좀 더 추가 점수를 얻기 위해 헌혈과 사회봉사를 하는 것도 필수코스가 됐다. 입대가 쉽지 않으니 병무청 병무민원상담소에는 “군대 좀 보내달라”는 민원 전화가 하루에도 300통씩 걸려오고 있다. 정부의 민원 인터넷인 ‘국민신문고’에는 작년 한해 관련 민원이 3,550건, 올 들어서도 상반기에만 2,000건 넘게 접수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심지어 특기병 지원자를 위한 사교육 시장까지 등장하고 있다. 대체 청년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 까.

우선 군 입대가 힘들다는 건 통계가 증명하고 있다. 7일 병무청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육ㆍ해ㆍ공군 및 해병대 입대 지원자는 63만427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입대에 성공한 인원은 단 8만4,224명(13%)에 불과했다.

부대별로는 육군 7.9대 1, 해군 5.9대 1, 공군 8.2대 1, 해병대가 6.1대 1로 나타났다. 특기병의 경우는 경쟁률이 더욱 치열하다. 음향장비 운용ㆍ정비 특기는 평균 48대 1, 사진운용ㆍ정비 41대 1, 포병탐지레이더 36대 1, 야전공병 34대 1 등이었다.

병무청은 이런 입영 적체의 원인이 입대 연령대인 1991~95년생 남성이 다른 해 출생자보다 많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가령 지난해 입대 인원은 27만4,292명이었는데 만19세가 된 1995년생 남성은 37만6,000명으로 더 많았다.

여기에 병력 감축이 주축인 국방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국방개혁기본계획(2014~2030)’에 따르면 2012년 63만6,000명이던 상비 병력은 2022년 52만2,000명으로 대폭 줄어든다. 특히 병력이 가장 많은 육군은 현재 49만8,000명에서 2022년까지 38만7,000명으로 감축된다. 다기능ㆍ고효율 선진국방을 실현하기 위해 상비 병력은 줄이고 중장기로 복무하는 간부 위주로 부대 편성을 하자는 게 당시 논리였다.

하지만 이런 표면적 이유보다도, 입대가 이토록 힘들어진 데는 무엇보다 경기침체, 취업난 등 청년들이 살기 힘들어진 시대상황이 반영된 결과란 분석이 많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불경기 때도 군대부터 다녀오자는 분위기가 확산된 바 있는데 비슷한 이유가 현재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은기 고려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매우 경쟁이 심하고 졸업 후 바로 취업이 안 되면 ‘낙오자’라는 꼬리표가 붙기 쉬운 구조”라며 “졸업 뒤 입대하면 나이만 먹고 취업은 더 힘들어질 것이란 불안감에 이를 기피하고, 졸업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어린 나이에 휴학 후 입대를 결정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20대 초반의 어린 입대자가 크게 늘었다. 병무청에 따르면 입영 자 중 20~21세 비중이 2012년 67.5%에서 2013년 75.0%, 지난해 77.3%로 증가했다. 입영 지원자 최모(21)씨는 “군대 입대가 늦는다는 것은 사회 진출을 늦게 시작한다는 말이고, 좀더 구체적으로는 1년 늦을 때마다 1년 치 연봉을 까먹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며 “1학년 마치고 바로 군대에 가면 ‘21개월 복무 및 3개월 자기계발’로 시간을 쪼개 쓴 뒤 딱 2년 뒤 복학을 할 수 있기에 요즘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복귀 대신 ‘말뚝 박는’ 군인들이 늘고 있다는 것도 힘든 현실을 반영한다. 장기복무 희망자는 2012년 4,578명에서 작년 5,587명으로 1,000명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청년들의 입대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해법을 빨리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앞으로 3~4년은 적체가 매우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병무청이 신체검사 기준을 강화해 관심병사를 철저히 가려내고 이들은 입영시키지 않는 게 단기적 처방법”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일시적으로 입영자를 늘리는 등 입영지원 시스템을 재검토하라”며 한 목소리로 대안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김주리 인턴기자(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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