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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車보험사 "손해율 한계상황"… 보험료 인상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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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車보험사 "손해율 한계상황"… 보험료 인상 러시

입력
2015.10.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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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말 손해율 90%대 치솟아 한화·흥국 등 내달 4∼5% 인상

가격경쟁력 떨어져 고객 이탈 예상

업계 부익부빈익빈 가속화 우려

대형사들도 손해율 80%대

당국 눈치보느라 속앓이만

올 들어 잠잠했던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서슬에 그간 손해를 감수하며 버텨왔지만 한계에 다다른 중소형사들부터 “더 이상은 못 견디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장 보험료를 더 내게 된 소비자는 물론, 보험료를 올리는 중소형사나 안 올리는 대형사 모두 표정이 밝지 않다. 현재의 기형적인 영업구조에선 자동차보험 시장이 더욱 왜곡될 거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다음달 11일부터 개인용 차량 보험료를 4.8% 인상하기로 했다. 흥국화재도 최근 다음달부터 개인용 보험료를 5.9% 올린다고 공시했다. 업무용 차량 보험료 인상(8.8%) 방침을 먼저 밝힌 메리츠화재나 롯데손해보험도 연내 개인용 보험료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조만간 중소형사들의 보험료 인상은 잇따를 전망이다. 자동차보험료가 5% 오르면, 중형차 운전자(가입경력 3년 기준 평균 70만~80만원대)들은 연간 3만5,000~4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이런 집단 움직임은 지난 7월 외국계인 악사다이렉트가 보험료를 5.4% 올리겠다고 홀로 나선 이후 약 3달 만에 나타난 현상. 그 배경엔 날로 치솟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수입 보험료 중 보험금으로 지출한 비율)이 있다. 통상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은 손해율 70% 후반 정도다. 하지만 중소형사의 손해율(8월말 기준 메리츠화재 91.1%, 악사다이렉트 95%, 더케이손보 92.1% 등)이 일제히 90%를 웃돌자 더 이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보험료 인상 카드를 들고 나선 것이다.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심정으로 일단 보험료를 올리긴 했지만 중소형사들은 한숨을 쉰다. 보험료를 올리면 브랜드 파워가 약한 중소형사 상품이 그나마 내세웠던 가격경쟁력까지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한화ㆍ롯데 등 중소형사들의 보험료는 대형사들보다 높은 편이다. 때문에 중소형사들은 운행거리가 적으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마일리지 할인’ 폭을 더 높여 우량고객을 잡는 식의 전략을 쓰고 있지만 이탈 고객을 막기엔 한계가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상품별 차별성이 거의 없어 사실상 가격경쟁력이 전부나 마찬가지”라며 “작년에도 보험료를 올린 중소형사에서 상당수 고객이 이탈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눈치도 안 볼 수 없다. 사실상의 의무보험인 탓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자동차보험료는 늘 정부의 1순위 관리대상이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보험업 발전을 위해 보험료 책정을 보험사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히면서도 “자동차ㆍ실손보험료는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라고 선을 그은 것도 손해율 압박에 처한 자동차보험사들이 일제히 보험료를 올릴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소형사들의 이번에 집단 인상에 나선 것은, 당국의 압박에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한계상황과,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여론 때문에 더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은 인상 움직임이 없는 대형사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다른 사업의 수익으로 자동차보험 손해를 감수하고는 있지만, 업계 1위 삼성화재의 손해율도 81%에 달할 만큼 손익분기점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우리가 올리면 업계 전체가 줄줄이 보험료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 당국의 눈치를 더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자동차보험 시장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질 거란 우려가 크다. 가격경쟁력을 잃은 중소형사들이 결국엔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사실 시장원리로 따지면, 대형사도 보험료를 올리는 게 맞다”면서도 “자동차보험의 특수성을 고려해 단순히 가격으로만 따지지 말고, 손해율을 낮추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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