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이 “지난 3일 아프간 병원 건물 폭격은 실수”라며 오폭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공습 배경 및 과정과 관련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존 캠벨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6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군이 아프간 쿤두즈에서 국경없는의사회(MSF) 병원을 실수로 폭격했다”고 인정했다. 또 “아프간군의 요청에 따라 공습이 이뤄졌지만, 공습 자체는 명확하게 미군의 지휘체계를 통해 미국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전쟁법 상 보호 대상인 병원을 의도적으로 공격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군의 이번 공격으로 의료진 12명과 환자 등 모두 22명이 숨졌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4일 동안 4번이나 말을 바꾼 미군의 해명에 대한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군은 3일 “쿤두즈에서 미군에 위협을 가하는 존재에 대해 폭격을 가했다”면서 “병원을 폭격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다음 날에는 “이번 공습은 미군에 직접 발포한 폭도들을 향한 것이었으며, 의료 시설 근처에 부수적 피해를 입혔다”며 오폭 가능성을 시사했다. 5일에는 존 캠벨 사령관이 나서 “탈레반 공습을 받은 아프간 군대 측이 지원 폭격을 요청했다”며 “이 과정에서 몇몇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말을 바꿨다. 이 증언은 아프간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해명성 발언이었다. 그러더니 다음날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는 미군에 의한 오폭 사실을 결국 시인했다.
또 해당 병원이 아프간 북부 지역 최대 규모의 병원이었기에, 미군과 아프간 군이 병원 GPS 좌표를 모른 채 공습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럴 경우 미 전투기 조종사들이 타깃이 병원인지 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셈이 되는데 이는 미군 공습 체계상 있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MSF관계자는 “공습 직후 MSF는 미국과 아프간 측에 즉각 이 사실을 알렸지만 이후에도 폭격은 30분이나 지속됐다”고 말했다.
병원 인근에서 전투가 일어나 폭격을 지원을 받을 만한 상황이었는지 여부도 의문이다. 현지 경찰 관계자는 “탈레반 무장대원이 병원에 진입해 총기류를 사용했다”고 밝혔지만, 병원 관계자들은 “병원 내에서는 전투가 없었고, 탈레반 대원은 더더욱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제이슨 코운 MSF집행이사는 “캠벨 사령관이 병원 폭격과 관련,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면서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캠벨 사령관은 내년 말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 9,800명 철수 계획에 대해 “현지 상황이 악화한 만큼 내년 이후에도 미군이 잔류할 필요가 있다고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정부 역시 철군 일정 재조정 문제를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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