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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개천마저 말라 바닥 드러낸 댐 상류… 목타는 중부 하늘만 본다

입력
2015.10.0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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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량 예년 비해 절반에 그쳐

충남 8개 시군 오늘부터 제한 급수

"40여년만에 최악의 상황" 한숨

경기 포천·인천 강화 등도 피해 확산

농민들 벼 잎마름 증상 번져 시름

정부 특별재난지역 요구엔 묵묵부답

봄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보령댐 저수율이 22.5%(7일 기준)로 줄어들자 댐 축조로 수몰됐던 집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분간 큰 비를 기대하기 어려워 거북등처럼 갈라진 댐 바닥의 모습은 내년 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령=이준호기자
봄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보령댐 저수율이 22.5%(7일 기준)로 줄어들자 댐 축조로 수몰됐던 집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분간 큰 비를 기대하기 어려워 거북등처럼 갈라진 댐 바닥의 모습은 내년 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령=이준호기자

봄부터 이어진 중부지역 가뭄으로 8일부터 충남지역 8개 시군이 제한 급수에 돌입하는 등 초비상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여름 강수를 책임지던 장마와 태풍이 비껴나 보령댐과 대청댐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당장 해갈을 책임질 큰 비는 고사하고, 겨울 강설량마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내년 봄까지 가뭄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정부에서조차 뚜렷한 가뭄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민심은 더욱 타 들어가고 있다.

7일 둘러본 충남 보령시 미산면 보령댐 상류 물길은 실개천조차 말라버렸다. 댐 건설 당시 있었던 도로와 집터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바닥은 마치 거북이 등처럼 갈라졌다. 봄부터 물이 마른 지역에는 야생화가 자리잡고 야생동물 이동로마저 형성되어 있었다.

1998년 완공된 보령댐은 보령, 당진, 서산, 태안, 홍성, 예산, 청양, 서천 등 충남 서북부 8개 시 군 50만명에게 하루 20만톤의 식수를 공급해 왔다. 그러나 전국 20여개 다목적댐 중 유일하게 저수율이 가장 나쁜 ‘심각’ 단계로 진입했다. 이날 현재 보령댐 저수율은 22.3%에 그쳤다. 급기야 수자원공사 보령권관리단은 기존 하루 용수 공급량을 20만톤에서 15만톤으로 줄였다. 내년 6월 홍수기 이전까지 수위를 조절하며 용수공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종덕 보령권관리단 운영팀장은 “10월 초까지 평균 강우량이 1,300㎜는 됐는데 올해는 절반인 720㎜ 안팎에 그쳤다”며 “백제보 물을 끌어오는 것을 전제로 하루 15만톤 용수공급계획을 세운 만큼 도민의 절수 운동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물 공급량 감소에 맞춰 지난 1일부터 물 제한급수 적응훈련기간을 갖고 8일부터 본격적인 제한급수에 들어간다.

충북지역은 1973년 강수량 측정이 시작된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올들어 누적 강수량은 660.2mm로, 예년 이맘때까지의 평균 강수량 1,170.2mm에 비해 절반에 불과하다. 계곡물을 식수로 쓰는 단양군 영춘면 사지원리와 단성면 고평리, 적성면 기동리 등 3개 마을 30여 가구 주민들은 제한급수를 하고 있다.

특히 대청댐 수위가 낮아지면서 충북 청주 도심의 무심천이 직격탄을 맞았다. 청주시는 무심천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 2008년부터 대청댐으로부터 톤당 25원을 내고 하루 평균 12만 2,000톤을 공급받아왔는데 대청댐관리소가 1일부터 무심천으로의 방류량을 40% 줄이더니 6일부터는 아예 공급을 중단해버렸다.

강원 속초시는 7일 현재 9.9m인 쌍천의 급수정 수위가 6m 아래로 내려가면 제한급수에 들어갈 계획이다.

농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간척지 논을 중심으로 잎마름 현상이 나타나면서 충남도내 900농가 3,503㏊에서 벼가 고사했다. 국내 쌀생산량의 1%를 차지하고 있는 천수만 AB지구 가운데 B지구를 중심으로 8월 중순부터 벼 잎마름 증상이 번졌다. 최악의 경우 쌀 한 톨 못 건질 상황도 각오해야 할 판이다. 300여 농민이 입은 피해액은 이미 190억원을 넘었다.

예산군의 한 배추농가는 “그나마 지난주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배추를 모두 갈아 엎었을 것”이라며 “스프링클러로 물을 주고 있지만 분명 건조한 날씨로 제대로 배추가 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특히 경기 포천과 파주, 인천 강화 등 농촌ㆍ도서 지역이 도시지역보다 그 피해가 크다.

7일 경기 포천시 영북면의 한 논에서는 간신히 모내기를 마친 벼들이 수분을 공급받지 못해 점차 누렇게 변하며 힘겨운 사투를 하고 있었다. 논 주인 최순자(67)씨는 “장마철마다 홍수 걱정하던 지역인데, 살다 보니 별 일도 있다”며 “가뭄 이겨낼 방법을 가르쳐줄 만한 곳 좀 찾아달라”고 하소연했다.

경기 화성시 덕우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낸 채 잡초만 무성하다. 평소 강태공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던 이곳은 물이 완전히 마르면서, 땅바닥에 주저 앉은 낚시집 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인천 강화군에서 가장 큰 저수지인 난정저수지도 가뭄으로 지난 6월부터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강화군에 따르면 관내 31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지난달 10% 아래로 내려갔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차원에의 뾰족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국토부는 630억원을 들여 부여 백제보~보령댐 21.5㎞ 구간에 지름 1,100㎜ 관로를 연결, 하루 11만5,000톤의 물을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에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100일 정도의 공사기간이 필요해 내년 2월말 완료가 가능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비롯, 17개의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당장 착공이 어려운 상황이다. 충남도 등 해당 지자체는 가뭄에 따른 생활ㆍ농업용수의 심각한 부족을 자연재해로 인정해 가뭄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으나 이렇다 할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8일부터 시행될 제한급수는 각 시군이 보령댐으로부터 평소와 같은 양의 물을 공급받아 방출하는 양을 줄이는 방식이지만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현재 보령댐으로부터 공급받는 양이 20%줄게 될 것”이라며 “도민들의 절수 운동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청주= 한덕동기자ddhan@hankookilbo.com

보령=이준호기자 junhol@hankookilbo.com

포천=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춘천= 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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