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늬만 회사차’ 탈세를 막기 위한 세제를 당초보다 더 강화키로 했다. 업무용 승용차의 사적 이용도 문제지만, 초고가 외제 승용차를 업무용으로 등록해 세금을 탈루하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잇단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 8월 내놓은 세법 개정안에서 업무용 승용차의 사적 이용을 제한하는 데만 초점을 뒀다.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을 가입토록 하거나, 운행일지나 법인로고 부착을 유도한 이유다. 그러나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7일 국감에서 “연간 사용경비를 기준으로 (업무용 차량 비용 인정 상한선을) 정하는 게 맞다”며 상한선 도입 의사를 밝혔다.
정부 세법 개정안 원안은 모든 업무용 승용차의 구입비와 유지비 50%를 일단 비용으로 무조건 인정하고 들어간다. 여기에 운행일지를 쓰면 사용비율만큼 비용을 추가 인정하고, 기업로고를 붙일 경우 100% 비용 인정을 하는 등 인센티브를 통해 업무 이용도를 높이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그럴 경우, 2억5,000만원짜리 외제 스포츠카를 ‘무늬만 회사차’로 굴려도 50%는 자동으로 세제혜택을 받는 부조리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아예 비용 인정 상한선을 도입해 무늬만 회사차인 고가 외제차 사용자의 ‘합법 탈세’를 막겠다는 취지다.
돈이 많아 고급 외제차를 굴리는 걸 고깝게 볼 이유는 없다. 하지만 사적인 용도로 고급 외제차를 쓰면서 구입비와 유지비를 법인에 전가하고, 나아가 비용 인정을 통해 실질적 탈세까지 저지르는 건 문제가 다르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137만4,928대의 승용차 중 33%인 45만4,091대가 법인 업무용으로 판매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만 약 5조3,000억원에 달하는 세제 감면혜택이 주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경제정의실천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롤스로이즈 전체 판매액의 97.9%, 벤틀리는 84.8%, 포르쉐는 76.5%가 법인용이었다. 그만큼 업무용을 빙자한 초고가 외제차 구입이 만연했다는 얘기다.
남은 문제는 상한선을 얼마로 하느냐다.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이미 제출한 관련 법안에서 5년에 걸쳐 감가상각비로 회계처리 하는 구입비의 경우 총 3,000만원까지, 유지비는 1년에 600만원까지를 상한선으로 했다. 그 경우 대형 업무용 승용차를 꼭 써야 하는 기업 등에선 불만의 소지가 없지 않다. 따라서 법인 규모에 따라 상한선을 조정하는 방안 등도 논의될 필요는 있다. 다만 기왕 방침이 정해진 만큼, 탈세를 고리로 고급 외제차가 범람하고 기업 비용이 증가하는 부조리는 반드시 차단될 수 있도록 실효적인 상한선이 도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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