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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가미오칸데

입력
2015.10.0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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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후현 가미오카는 카드뮴 중독증인 이타이이타이병의 본산이다. 그러나 1958년 폐광 지하 1,000m에 ‘가미오칸데’가 들어서며 소립자물리학의 메카로 거듭났다. 가미오칸데는 직경 15.6m, 높이 16m의 원통형 수조에 3,000톤의 물을 담고 광전자 증폭관 1,000여 개를 배치한 관측장치다.‘가미오카 핵자붕괴 실험(Kamioka Nucleon Decay Experiment)’의 약자였지만‘가미오카 중성미자 관측실험(Kamioka Nutrino Detection Experiment)’의 약자로도 쓰인다.

▦ 중성미자는 1930년 볼프강 파울리가 가설로 내세웠지만 56년에야 그 존재가 확인됐다. 전기적으로 중성이고, 질량이 없거나 있어도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다. 인체는 물론이고 지구조차 순식간에 통과할 정도여서 어지간한 검출장치엔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가미오칸데는 달랐다. 우주에서 쏟아지는 다른 소립자의 간섭이 차단된 지하공간에 도달한 중성미자는 드물게 물 속의 전자를 ‘빛보다 빠른 속도로’ 튕겨 낸다. 물 속을 달릴 때 빛이 굴절률(4분의1)만큼 감속하는 데 따른 상대속도의 차이를 가리키는 비유적 표현이다.

▦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폭발음을 내듯, 전자가 ‘광속을 넘어서는’순간 미미한 청백색 빛을 낸다. 그것이 ‘체렌코프’광이고, 이를 포착하는 게 가미오칸데의 증폭관이다. 가미오칸데는 87년 초신성 1987A의 폭발로 나온 중성미자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초신성의 중력붕괴와 대폭발, 중성미자 방출과 소멸의 순간을 포착한 공로로 고시바 마사토시 도쿄대 교수가 200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 96년 가미오칸데는 ‘슈퍼 가미오칸데’로 커졌다. 직경 39.3m, 높이 41.4m, 물 5만톤, 광전자 증폭관 1만1,200개 규모다. 슈퍼 가미오칸데는 98년 6월 중성미자가 질량을 갖고 있음을 실증했다. 상공에서 날아든 중성미자는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것의 2배에 가까웠다. 지구를 뚫고 오면서 관측 가능한 뮤(μ) 뉴트리노가 관측 불능인 타우(τ)뉴트리노로 바뀐 ‘뉴트리노 진동’ 때문으로, 질량이 있어야만 가능한 현상이다. 고시바의 제자인 기지타 다키아키 도쿄대 우주선연구소장이 그 공로로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대를 이은 가미오칸데의 부러운 혜택이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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