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서 넥슬렌 공장 준공식
세계 2위 사우디 사빅과 합작
연간 23만톤 생산 규모로
사우디 2공장 건설 땐 100만톤
반도체가 전자산업의 쌀이라면 폴리에틸렌은 석유화학산업의 쌀로 통한다. 휴대폰 보호필름, 각종 포장지, 쇼핑백 등 다양한 제품에 폴리에틸렌이 쓰인다. 생산된 폴리에틸렌은 작은 흰색 알갱이 모양으로 쌀을 닮았다. 특히 각종 산업용 필름, 자동차 내장재, 케이블 피복 등에 사용되는 고성능 폴리에틸렌은 세계시장 규모가 연간 40억달러(약 4조6,500억원)이며 매년 10% 가량 성장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각광받는다.
이런 미래 성장 가치에 주목한 SK는 2004년 일찌감치 고성능 폴리에틸렌 생산을 위해 자체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이미 다우, 엑슨모빌, 미쓰이 등 세계 메이저 업체들이 고성능 폴리에틸렌 세계 시장을 분점하고 있었고 그룹 안에서는 소버린의 공격적 지분 확대로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SK는 이 같은 악조건을 뚫고 5년간 끈질긴 연구 끝에 2009년 제품 개발에 성공해 ‘넥슬렌’ 이란 이름을 붙였다. 차세대 폴리에틸렌(Next Generation Polyethylene)이란 뜻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힘들게 개발한 넥슬렌을 띄우기 위해 직접 나섰다. 우선 최 회장은 2010년 다보스 포럼에서 만난 사빅의 모하메드 알마디 부회장에게 넥슬렌 사업 협력을 처음 제안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회사인 사빅은 세계 2위 종합화학기업으로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첨단 열가소성 수지 등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사빅은 넥슬렌의 기술 가치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며 선뜻 움직이지 않았다. 최 회장은 2011년 중동을 방문해 알마디 부회장과 다시 면담을 갖고 넥슬렌의 사업성을 설명했으며 10여차례 사빅 경영진을 만나 합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끈질긴 노력으로 사빅은 SK의 파트너가 됐다. 지난해 5월 SK종합화학과 사빅이 합작법인을 만들기로 했고 올해 7월 SSNC를 출범시켰다. 사빅은 SSNC에 4,100억원을 투자했고 SK는 사빅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시장에서 넥슬렌을 판매하게 됐다.
합작법인 설립이 공식화 된 뒤 최 회장은 “우리의 아이디어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는 편지를 알마디 부회장에게 보냈다. SK는 개발에 착수한 지 11년 만에 넥슬렌의 본격 상업 생산을 시작하며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서게 됐다.
7일 SSNC는 울산 울주군 넥슬렌 공장에서 최태원 SK 회장, 사우디 아라비아 왕자인 사우드 빈 압둘라 빈 투나얀 알 사우드 사빅 회장,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이 공장에선 연간 23만톤의 고성능 폴리에틸렌을 생산한다. 최 회장은 “한국 공장에 이어 사우디에 제2공장을 건설해 넥슬렌 생산규모를 연간 100만톤 이상으로 늘려 세계 시장을 선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울산=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