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7일 올해 3분기 실적이 7조3,000억원(잠정실적, 연결기준)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5분기 만에 7조를 재돌파한 성적으로, 증권업계에서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라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23개 증권사의 평균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6조5,915억원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이런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며 매출도 3분기 만에 50조원을 넘어섰다. 실적 회복을 이끈 건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힘이 컸던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7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한 7일 사장단 회의를 마친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서울 서초구 사옥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견조한 실적…전년 동기대비 79.80%↑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6조9,000억원)보다 5.80% 증가한 수치다.
실적하강 국면에서 저점을 찍었던 지난해 3분기(4조600억원)보다는 무려 79.80%나 급증했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부터 4분기 연속 반등하며 완연한 회복세로 'V자형 반등' 흐름을 이어왔다.
특히 이번 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8조4,900억원) 이후 7분기 만에 가장 높은 실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51조원을 기록한 매출 역시 전분기(48조5,400억원)보다 5.07%, 지난해 3분기(47조4,500억원)보다 7.48% 각각 증가했다. 매출액이 50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4분기(52조7,300억원) 이후 3분기 만이다.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14.3%로 2분기(14.2%) 대비 소폭 개선됐다. 영업이익은 증가했지만 매출은 50조원에 못미쳤던 상반기 실적과 비교해도 이번 3분기 실적은 외형적으로도, 수익성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의 경우 1분기 8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분기 7조1,900억원으로 줄어들었고, 3분기에는 4조원대로 추락했다. 불과 2분기 만에 이익 규모가 반토막이 났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5조2,900억원으로 반등한 뒤 올해 1분기부터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 역시 효자, 반도체의 '힘'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7조원대의 벽을 돌파한 데는 반도체와 DP(디스플레이)를 포함한 DS(부품) 부문의 힘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사업에서 3조원 중후반 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DS 중 반도체 부문은 올해 1분기 2조9,300억원, 2분기 3조4,000억원에 이어 3분기에는 3조6,000억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분기당 영업이익 최고 기록은 지난 2010년 3분기의 3조4,200억원이다. 최종 분기 확정 실적이 나와봐야겠지만 올해 3분기 영업이익 규모는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DS 중 디스플레이 부문은 3분기 7,000억∼8,0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체 실적에 힘을 보탰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2013년 2분기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이후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하락과 더불어 수익성도 악화됐다.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8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던 디스플레이 부문은 올해 1분기 5,200억원, 2분기 5,400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인데 이어 3분기에는 큰 폭의 개선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액정표시장치(LCD) 부문은 패널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원가 개선 폭이 크게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플래그십(최고급) 뿐만 아니라 중저가 스마트폰에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탑재했고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대한 OLED 패널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수익이 크게 늘었다.
▲ 엇갈리는 전망…축포쏘기에는 이르다
이렇게 시장의 기대치를 넘어서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실적 자체가 회복된 것보다 원화 환율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이 강한 측면이 있어 향후 실적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요인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시스템 LSI 등 다양한 전자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부품(DS) 부문의 해외 수출로 거둬들인 달러 수익이기 때문이다.
올해 2~3분기 사이 원·달러 환율은 130원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4월 28일 1070.00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6월 30일 1115.50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3분기에도 지속됐다. 7월 1일 1117.50원이었던 환율은 9월 30일 1185.30원까지 뛰었다. 9월 7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1203.70원까지 치솟아 5년 만에 최고치였다. 같은 반도체 부품을 100달러 어치 수출했다면 4월 28일(10만7,000원)보다 9월 7일(12만300원)에 약 1만3,300원을 더 번 것이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이번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이 일종의 착시효과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질적·양적 개선이 크게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환율 요인은 예측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하반기 경영 환경 변화를 예의 주시해야하고, 4분기에는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신제품을 대거 쏟아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돼 축포를 터뜨리긴 이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주력 분야인 스마트폰 사업(IM 부문)의 성적이 미미한 것도 신중론에 힘을 싣고 있다.
시장에서 추산하는 IM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2조원대 중반으로 전 분기인 2분기(2조7,6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잇단 신제품 출시로 스마트폰 출하량은 8,000만대 선을 넘은 것으로 보이지만 영업이익과 직결되는 평균판매단가(ASP)는 오히려 하락해 매출과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결국 갤럭시S6, 갤럭시S6엣지, 갤럭시노트5, 갤럭시S6엣지플러스 등 전략 프리미엄 모델의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친 결과로 읽힌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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